도입 2년차를 맞은 새보험회계제도(IFRS17)가 내년엔 안정기에 접어들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이 회계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때마다 보험사 실적 부침이 심한 것으로 나타나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에 물음표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내년 보험산업은 성장성 둔화, 수익성 약화, 건전성 악화 등 '삼중고'가 예견된 상황이다. 올 상반기 판매 열을 올린 단기납 종신보험 역기저 효과에 금리 인하기 자본관리 부담까지 더해져 생명보험업계에 직격탄이 떨어질 거란 분석이 많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재무적 영향이 큰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단기납 종신보험 해지율 가정 변경을 중심으로 업계 전반적인 CSM(보험계약마진) 축소가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강화된 회계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영향이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나타낸다.
당국 가이드라인에 실적 '또' 출렁
내년 본격 시행되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미래 지급할 급부(보험금)가 늘어나는 형태로 반영될 전망인데, 이렇게 되면 BEL(부채) 증가로 CSM 감소가 불가피하고 K-ICS(건전성) 비율 하락도 예상된다. 관건은 내년에도 CSM을 확보하기 위한 신계약 물량이 지속 유입될 수 있을지 여부다. ▷관련기사 : 당국,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메스…결국 보험료만 오른다(11월4일)
지난 10월 보험연구원은 내년 보험산업 전체 수입보험료(매출)가 올해에 비해 다소 둔화된 2.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명보험은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 감소로 전년 대비 0.3%에 그치는 반면, 손해보험은 장기·일반손해보험의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4.3% 늘 것으로 예상됐다.
회계제도 변경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관적이다. 수입보험료 성장 정체가 보험연구원 전망보다 더 심각할 수 있어서다.▷관련기사 : 내년 보험 혹한기 오나…금리 하락에 규제 강화까지(10월10일)
생보업계, 자나 깨나 자본관리
특히 내년 생보업은 금융당국 제동으로 단기납 종신보험 영업 실적이 크게 꺾일 전망이다.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대체 상품을 찾는 게 숙제인데,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제3보험) 시장은 이미 손보업계가 꽉 잡고 있어 경쟁력 제고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보업의 경우 금리 하락기 자본관리 부담도 큰 골칫거리다. 생보사들의 6월말 업계 평균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전 191.7%, 경과조치 후 212.6%로 전년 말 대비 크게 떨어진 상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상대적으로 긴 부채 듀레이션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생보사 자본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향후 자본성증권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손보업계, 장기·일반까지 '호호'
손보업계 역시 성장·수익·건전성 하락 압력이 여전하지만, 생보사보단 사정이 낫다. 무엇보다 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중심의 성장 전략이 아직 유효해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인구 고령화로 증가한 노후 비용 대비를 위해 간편심사보험 등 시니어 상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접근성 확대, 일상생활 신규 리스크 증가로 일반보험 성장세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건강, 시니어보험 중심 장기보험 신계약 증가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손보업의 경우 안정적인 CSM 상각, 제도 변경에 따른 예실차 감소, 일반보험 수익성 개선에 기반한 보험부문 수익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