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시장에 주목하며 관련 플랫폼 강화에 나섰다. 고객에게 건강관리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접점을 높이고 나아가 건강정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미래에셋생명도 자사 앱(애플리케이션)에 헬스케어 서비스를 오픈하며 디지털 역량을 키우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6일부터 자사 앱 ‘엠라이프(M-LIFE)’에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탑재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 헬스케어 앱 회원가입 고객을 △화이트 △오렌지 △오렌지플러스 등 등급을 나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미래에셋은 기존 앱 안에, 삼성·농협은 새 플랫폼에
서비스 제공 카테고리는 △건강 습관 관리 △건강 기록 관리 △의료 편의(건강 플러스)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미래 건강 점수·운동 및 식단 관리·영양제 분석 등 건강 습관 관리는 모든 고객에게 제공된다. 인공지능(AI) 건강 리포트·건강검진 우대 예약·건강검진 분석 상담 등 건강 기록 관리는 고객 등급별로 차등 제공한다. 병원 예약이나 전문 의료진 상담 등 심화한 의료 편의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등급은 보장성·저축성 보험료 납입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다만 화이트 등급의 경우 미래에셋생명 보험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도 앱 회원가입만으로 총 8가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이달 6일부터 앱 내에서 헬스케어 서비스를 시작해 아직 초기 단계"라며 "서비스 고도화는 데이터가 쌓여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내부적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앱을 통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사는 미래에셋생명뿐만이 아니다. 삼성생명은 지난 2022년 4월 ‘더헬스(THE Health)’를 출시해 종합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수면 분석 서비스를 추가하고 올해부터는 법인고객사 소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건강검진 예약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NH농협생명도 2022년 ‘NH헬스케어’ 앱을 내놓고 걷기 배틀, 건강 코칭, 진료 예약 등을 제공 중이다.
대동소이한 서비스…차별화하려면
이처럼 보험사가 헬스케어 플랫폼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플랫폼을 통해 얻은 고객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다양화할 수 있고, 회사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잠재 고객의 저변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만보기나 운동 코칭과 같은 서비스는 가입만 하면 이용할 수 있는 앱이 대부분이라 잠재 고객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다만 플랫폼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부재하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운동 코칭이나 식단 관리, 건강검진 관리 등 현재 보험사 앱에 탑재된 서비스들은 대동소이하다.
보험업계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의료 데이터 활용이 제한돼 있어 헬스케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가명 형태의 공공의료 데이터 공유를 요청해 왔지만, 건보공단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해당 데이터 활용은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제3차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헬스케어에 부수·연관된 업무는 의료법 등에서 금지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Nagative) 규제 원칙을 적용하기로 하는 등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비의료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비의료기관이 영위할 수 있게된 업무는 보험사와 자회사의 업무 범위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진료나 치료를 위해 병원, 의료진을 안내하고 예약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가 해당한다.
게다가 보험사가 내재한 디지털 역량이 핀테크 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다는 점도 보험사 헬스케어 앱 차별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디지털·AI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임직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다방면의 지원을 펼치고 있다.
보험사가 헬스케어 앱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다. ‘빅데이터’는 고객이 앱을 계속해서 사용해야 하고 기간이 누적돼야 얻을 수 있는데,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앱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사이 일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보험사 헬스케어 앱 간의 차별점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시간이 지나 데이터가 축적되면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