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나중을 위한 장치로만 생각했는데, 보험사에서 고객의 건강과 일상을 위해 노력하는 줄 몰랐어요"
지난 8일 주말 오후 '팝업스토어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삼성생명의 '라이프놀로지 랩(Lifenology Lab)' 전시회가 열렸다. 전형적인 보험사의 상품 상담 창구가 아닌 미래형 기기를 전시한 공간이 행인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은 "생각보다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던데요"라며 "흥미로웠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시장에는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부터 데이트 도중 들른 연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시장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가던 길을 멈춰 호기심을 드러내는 행인들도 다수였다.

일상 활용 가능한 '소소한' 작품
연구원 콘셉트의 흰 가운을 입은 행사 도우미들의 안내를 받고 전시장으로 들어서니 '연구원증'을 촬영하는 공간을 가장 먼저 마주했다. 방문객들이 흰 가운을 입고 사진을 찍으면 행사 도우미가 이를 연구원증으로 만들어 목에 걸어줬다.
연구원증을 받고 더 안쪽으로 이동하면 본 전시장이 펼쳐졌다. 전시장에는 △산모가 태아의 태동을 들을 수 있는 기기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 기구 등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됐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아이의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 펜이었다. 작은 크레용을 펜에 부착하고, 아이가 이 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면 아이의 그림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감정 관련 자료를 수집한다. 아이의 그림을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앱)에 저장해 아이의 감정 상태 변화를 시기별로 파악할 수 있는 기기다.
'닌텐도 스위치'처럼 기기를 손에 들고 맨몸 운동을 하면 자신의 운동 정보를 앱과 연동해 볼 수 있는 작품도 전시됐다.
방문객이 즉석에서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이 어린 시절 모습과 노년의 모습을 예측해 보여주는 '라이브 포토월'도 방문객들에게 인기였다. 마지막으로 '아이디어 자판기'에서 마음에 드는 전시 작품을 고르고 랜덤으로 제공되는 럭키드로우 상품을 받으면 체험이 종료된다.
이번 전시는 삼성생명과 국내 3개 대학(홍익대·국민대·성균관대), 삼성디자인교육원(SADI)이 산학협력의 일환으로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생명은 학생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 UX,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전시·평가 등을 거쳐 실제 시제품 제작까지 검토할 예정이다.

"보험만 팔지 않아요, 삶의 질 고민합니다"
삼성생명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팝업스토어를 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해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팝업스토어 '비추미 건강원'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때 삼성생명은 젊은 층이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상품의 특성을 쉽게 설명하고자 체험형 공간을 운영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비추미 건강원이 젊은 세대를 겨냥해 보험사가 보수적이지만은 않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전시는 고객의 건강이나 생로병사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 제품화한 작품들을 전시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의 이 같은 움직임은 홍원학 사장이 취임한 이후 활발하게 포착되고 있다.
이는 홍 사장의 신년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홍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헬스케어, 신탁, 시니어 비즈니스 등 새로운 업에 도전해 고객의 생애 전반, 나아가 사후까지도 연계 관리하는 남들과 차별화되고 트렌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생활금융 전반을 리드하는 회사로 도약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 홍 사장이 신년사에 '생활금융'을 언급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삼성생명의 변화는 광고 전략에서도 드러난다. 보험산업은 보험설계사로 대표되는 사람(人)과 각종 안내서·청약서·약관이 쓰인 종이(紙)를 중심으로 하는 '인지(人紙)산업'의 대표적인 예로 일컬어졌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소비자들이 청약서나 약관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고 대면 영업의 필요성이 중시됐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거나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 등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홍 사장은 보험 광고부터 변화를 줬다. 지난해 신규 광고캠페인을 론칭하면서는 소비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인 보험을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끔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삼성생명은 앞으로도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며 보험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라이프놀로지 랩 전시회는 전 고객층을 대상으로 보험사가 고객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인생 여정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