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통화긴축 정책에 사실 상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경기 부양과 금융부담 완화 등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연내 추가 인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올해 한 번 남아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지난 달 금통위 회의록을 통해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9일 지난 달 11일 진행된 통화정책방향 회의 금통위 의사록을 공개한다. 당시 회의에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3.25%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가계부채와 집값 불안 등의 우려에도 물가상승률이 안정되고 경기 부양 등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통화정책방향은 3년여 만에 긴축에서 완화로 방향을 틀었다. ▷관련기사: 한은 '고금리'와 작별…기준금리 0.25%P 인하(10월11일)
공개될 금통위 의사록에 시장이 관심을 갖는 것은 이창용 총재를 비롯해 금통위원들의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견해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금융시장과 경제 상황 등을 보면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추가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3분기 경제 성장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대비 0.1%, 전년 동기대비 1.5% 성장했다.
당초 시장에선 전분기 대비로는 0.4%, 전년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2%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숫자는 이를 크게 밑돌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경제 성장의 주춧돌인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 3분기 수출은 전분기대비 -0.4%를 기록하며 7개 분기 만에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대표적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사이클 하락 전환을 감안하면 수출 주도의 성장 모멘텀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이로 인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GDP 성장률의 예상치 하회를 반영해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2.2%, 내년에도 힘겹게 2%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국내 수출 둔화가 불가피해 내수 회복 속도가 2%대 성장률 달성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수 경기는 반등했지만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추가 반등 모멘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 시장도 기준금리 인하가 더디게 반영되고 있다. 은행들이 예·적금 등 수신금리는 낮추는 반면 가계대출 수요 조절 등을 이유로 가계대출 금리를 고금리로 유지하고 있는 까닭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금융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차주들 입장에선 한숨만 내쉬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가계부채 관리하려다'…다시 커진 예대금리차(10월23일)
31일에는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가 공개된다. 8월의 경우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3.35%로 전달대비 0.06%포인트 하락했다. 대출금리는 연 4.48%로 전달대비 0.07%포인트 떨어졌는데, 기업대출이 0.11%포인트 하락한 반면 가계대출은 0.0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역시 은행들이 우대금리 감면을 축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상 효과를 기대했던 만큼 차주들의 부담은 지속됐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