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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대를 이어…무림그룹 장자 이동익 영화 외길 스토리

  • 2023.06.08(목) 07:10

·[중견기업 진단] 무림⑥
이무일 창업주 한때 무역外 대구극장 경영
장남은 종로 3대 영화관 옛 피카디리 주인
2000년대 들어 내리막길…작년말 법인청산 

작년 말, 제지·펄프 중견기업 ‘무림(茂林)’ 이(李)씨 집안의 한 방계가(家)는 수십 년을 경영해온 기업들을 모두 정리했다. 가업을 물려받은 동생의 그늘에 가려 한 평생 주목받지 못했던 집안이다. 무림의 지배구조를 들춰보는 김에, 부록으로 무림가의 형제들을 양지로 불러내봤다. 맨 먼저 장자(長子)다. 

1980~1990년대 피카디리극장은 단성사, 서울극장 등 종로를 대표하는 3개 영화관으로 한국 영화의 메카로 불렸다. /사진=한국영상자료원

대구극장, 창업주 제지사업 기반 잡는데 한 몫

무림그룹 창업주 고(故) 이무일 회장이 무림의 모태 청구제지(옛 무림제지·현 무림에스피)를 대구에 설립한 때가 1956년 7월이다. 이보다 3년 전인 1952년 9월 삼경무역을 차려 종이류 등을 수입해 팔다가 제지업에 뛰어들었다.  

한데, 당시 무역업 말고도 손을 댄 사업이 하나 더 있다. 1955년 영화관을 인수했다. 대구 중구 화전동의 옛 대구극장이다. 영화가 유일한 문화채널이었던 시절 대구극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극장수입은 제지사업의 기반을 잡는데 한 몫 했다. 오래 가지는 않았다. 1963년 9월 대구극장에 화재가 발생, 전소됐다. 이를 계기로 극장사업은 접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창업주의 장남이 젊은 시절 영화업에 뛰어든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모습일 수 있다. 이동익(76) 전 피카디리픽쳐스 대표다. 서울 종로구 돈화동에 위치한 피카디리극장(현 CGV 피카디리1958)을 경영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 보더라도 31살 때인 1978년 이미 법인 ㈜피카디리극장의 대표 명함을 가졌다.  

철저하게 외길을 걸었다. 한 살 아래 동생 이동욱(75) 현 회장이 27살 때인 1975년 부친의 부름을 받고 무림SP에 입사,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 받았던 터라 장남이 무림 경영에 발을 들일 일은 없었다. 

가업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고는 해도 본가의 주주로 있었을 법 하지만 이런 존재감도 없었다. 1990년대 모태 무림SP를 비롯해 무림페이퍼(옛 신무림제지), 세하㈜(옛 세림제지) 등 당시 주력사 주주명부에서 창업주 아들 5형제 중 유일하게 이 전 대표 이름은 없었다. 여태껏 쭉 이랬다.    

피카디리극장 재무실적

피카디리극장, 대형 멀티플렉스 인기 맞물려 타격

극장주로서 무림가의 장남은 잘 나갔다. 1980~1990년대 피카디리극장은 단성사, 서울극장 등 종로를 대표하는 3개 영화관으로 한국 영화의 메카로 불렸다. 1986년 5월에는 영화 수입․배급업체 익영영화(2011년 3월 ㈜소나기로 사명 변경)를 차리기도 했다. 

법인 ㈜피카디리극장은 이 전 대표 개인 소유였다. 지분 100%(2001년 말 기준)를 소유했다. 이어 ㈜피카디리극장이 ㈜소나기 90%를 보유, 계열사로 뒀다. 부인도 함께 했다. 최선아(72)씨다. 두 법인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탄탄대로를 걷던 이 전 대표에게 시련이 찾아온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인기를 끌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류에 맞춰 피카디리극장 또한 4년여에 걸친 재건축을 통해 2004년 11월 8개관을 갖춘 복합상영관으로 재개관했지만 경영 사정은 좋지 않았다. 

㈜피카디리극장은 2005~2015년 매출 40억~60억원대에 순익이 몇 해를 빼고는 적게는 5억원, 많게는 32억원 적자가 이어졌다. 갈수록 사주(社主)인 이 전 대표에게 상당부분 의존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졌다. 2015년 말 부채비율 122%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73억원이 더 많았다.  

2015년 10월 CJ CGV에 영화관을 장기임대한 뒤 2016년 4월에는 매각했다. 부동산 임대업만을 하는 피카디리픽쳐스로 법인명을 바꾼 것도 이 때다. 이어 작년 말 ㈜소나기와 함께 두 회사를 최종 청산했다. 

무림가의 장자가 피카디리극장을 정리한 뒤로 경영자로서의 행보는 잡히지 않는다. 잠깐 스쳐가듯이 몸담았던 곳이 없지는 않다. 2015년 ㈜피카디리극장을 통해 인수한 이노피온벤처캐피탈인베스트먼트(옛 지식과창조벤처투자·현 에스제이벤처인베스트먼트)다. 

2015~2016년 총 57억원을 출자, 지분 94.15% 보유했다. 이 전 대표도 2015년 3월 이사회에 합류한 뒤 2016년 7월에는 대표를 맡아 경영을 직접 챙겼다. 이듬해 7월까지 딱 1년 동안이다.  (▶ [거버넌스워치] 무림 ⑦편으로 계속)

무림그룹 핵심계열사 주주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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