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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가지 많은 '계열사' 바람 잘 날 없다

  • 2015.03.23(월) 15:05

SK건설, 검찰 고발요청권 행사 대상
SKC, 휴대폰사업 부진 둘러싸고 갈등

SK그룹이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계열사들이 실적부진에 빠져 있는 가운데 최신원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경영일선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났고, 작년 연말 사장단 인사를 둘러싸고 최고 경영진간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자회사 편입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에는 SK건설이 검찰의 첫 고발요청권 행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기대해 왔던 최태원 회장의 사면이 요원(遙遠)한 상황에서 '따로 또 같이'를 표방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중심의 경영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최 회장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 내홍(內訌)·항명(抗命)..어수선한 SK

 

우선 SK그룹 최고경영진들을 둘러싼 우려가 나온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인 최신원 SKC 회장은 지난 20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매제인 박장석 SKC 부회장 역시 동반 퇴진했다.

 

SKC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최 회장과 박 부회장, 정기봉 사장 등 3인 대표체제에서 정 사장 단독경영체제로 전환했다. 대신 조대식 SK(주) 사장이 이사회에 합류했다. SKC는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 2000년부터 줄곧 SKC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 그는 사실상 그룹내 SKC 관련 계열사들의 오너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13년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승진후 1년 조금 지나 일선에서 물러난 셈이다. 기존에도 오너 일가들이 이사회에 들어가 있었던 만큼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증권가와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동반 퇴진은 과거 최신원 회장이 주도했던 SK텔레시스 휴대폰 사업의 부실을 둘러싼 최 회장과 박 부회장과의 갈등 때문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휴대폰사업이 실패했고, 그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과 박 부회장과의 갈등이 커졌고 결국 동반 퇴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후문이다.

 

 

오너 일가간 내홍(內訌) 외에 전문경영인의 항명(抗命)도 터져나왔다. 문덕규 전 SK네트웍스 사장은 최근 SK네트웍스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게 임기중 퇴진에 대한 배경을 물어봤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 전 사장은 이메일에서 "지난해 말 '이제 그만 내려놓으세요'라는 말 외에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SK네트웍스 대표이사를 물러나야 하는 사유를 말해달라"고 적었다. 그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국내 3대 그룹에서 임기중인 CEO를 아무런 사유나 설명없이 퇴임시키는 관행은 중단되고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 문화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문 전 사장은 현재 복역중인 최태원 회장과 과거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와 관련 "그룹의 미숙한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기인한 것"이라며 "그룹의 매니지먼트 수준이나 신상필벌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전 사장은 이 이메일을 바로 회수했지만 그룹 사장단 인사를 둘러싸고 최고경영진간 갈등이 외부로 불거졌다는 점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이 바라보는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대한 시선을 대변해준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지낸 인물이 그룹의 매니지먼트와 신상필벌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거론했다는 점, 그 대상이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김창근 의장이라는 점은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평가다.

 

◇리더십 공백..최태원 회장 사면 '요원(遙遠)'

 

지난 20일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 주식교환을 통해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둘러싼 잡음도 적지 않다.

 

최근 SK브로드밴드 주가가 사전에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주식시장 마감후 공식발표가 이뤄진 20일에는 기관과 외국인 중심으로 거래량이 폭증했다. 주식시장 일부에서 주식맞교환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고, 금융당국은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 SK브로드밴드 주가 및 거래량 추이

 

SK건설은 최근 검찰의 고발요청권 첫 사례가 되기도 했다. 새만금방조제 건설과정에서 담합을 주도했다는 혐의다. SK건설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검찰은 다시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다. 검찰이 이 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SK그룹 경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인 리더십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문제는 최 회장의 공백이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연초까지 이어진 최태원 회장 사면론은 현재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이 법무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라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석방은 형기의 80%를 채워야 한다는 준칙이 있다"며 "이것을 깨고 하기는 현재로서는 어려운 얘기"라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현재 가석방 요건은 갖췄지만 형기의 80%를 채워야 한다는 법무부 준칙은 적용받지 못하는 상태다. 기댈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의 사면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기업 오너 일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정치권 안에서도 여전히 기업인 사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입장에서 기업인들에 대해 특별한 카드를 꺼내기에는 부담스런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창근 의장이 이끌고 있는 수펙스추구협의회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올해 SK그룹이 내건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한 위기돌파'라는 목표 달성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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