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How to Delivery' 아닐까 싶어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맡고 있는 윤준원 센터장에게 부임이후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윤 센터장의 고민은 무슨 의미일까? 설명은 이렇다.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가 원하는 목표, 가령 일자리 창출 같은 것이겠죠. 그것과 중소기업이 실제 만들어내는 일자리에는 갭(Gap)이 있어요. 이 부분을 기업들의 노하우가 접목된 혁신센터들이 메워줘야 하는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기업들도 협력회사 바깥에 있는 회사들을 지원하는 일은 해보지 않았어요. 혁신센터는 대기업 본연의 업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가적 토대가 건강하게 되는데 기여하라는 임무를 받은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 "특허공개가 끝이 아니다"
LG그룹이 전사적인 지원에 나선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2월초 문을 열었다. 아직 4개월이 채 되지 않은 셈이다. LG그룹은 충북혁신센터 개소당시 보유하고 있던 특허 2만9000여건을 공개했다. 여기에 최근 그 대상을 확대해 공개대상을 5만2000건까지 늘렸다.
특허가 필요한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IP 서포트 존'도 설치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 윤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 7개 기업이 약 1500여개의 특허를 이용중"이라며 "처음에는 특허를 개방하면 수요가 몰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고 회고했다. 중소기업이 막상 자신들에게 필요한 특허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설명이다.
▲ 윤준원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
윤 센터장은 "앉아서 기다리면서 단순히 특허만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며 "실제 특허이용을 신청한 기업들도 막상 현장에 가서 보면 기술이전 문제도 발생하고, 길게는 사업화 지원 여부까지도 판단해야 했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이같은 상황을 보고 접근 방법 자체를 바꿨다. 단순히 특허를 공개할테니 가져가라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을 직접 방문해 기술 진단을 실시하고, 그 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후에 필요한 특허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애초에 신청받았던 특허보다 더 많은 특허를 제공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는 "해외출원이나 사업화 지원에 대한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특허공개를 넘어 기술에서 생산 프로세스 개선,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컨설팅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들이 가진 특허를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해 이를 사업화까지 연결해주는 과정도 만들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접수를 받는 '특허 사업화 전국 공모전'이 시작이다.
◇ "폭발 일으키는 첨가제 역할할 것"
윤 센터장은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3가지 정도로 정리했다. 비즈니스 모델 정립과 기술 경쟁력, 자금 문제다. 혁신센터의 역량도 이 부분에 집중할 계획이다.
윤 센터장은 "중소기업청 등을 통해 벤처기업들에게 필요한 자금은 이미 정책적으로 상당부분 공급돼 있다"며 "다만 돈을 들인 만큼 성과가 안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폭발을 일으키기 위해선 첨가제를 넣는 것처럼 정부 정책이 폭발을 일으킬 수 있도록 혁신센터가 첨가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 윤준원 센터장(왼쪽 5번째)이 지난 13일 ‘스타트업 Jump-up Day’에서 육성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벤처기업 대표들에게 지원사항을 설명하는 모습. |
혁신센터가 참여해 충북지역내 화장품 연합 브랜드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다양한 시도중 하나다. 대기업의 노하우를 지역 생태계와 결합시키는 구조다.
윤 센터장은 "마크스팩을 만드는 회사, 로션을 만드는 회사 등을 하나의 브랜드 아래에 모으는 작업"이라며 "LG생활건강의 노하우를 활용해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알리고, 판매채널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G그룹 내에서 제시된 아이디어중 중소기업에 적합하다고 판단된 아이템을 연결해 주는 사례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목표에 대해 "충북지역내 중소기업중 50개를 선정해 풀을 만든 상태"라며 "이들을 1대1로 집중 관리해 최소한 10개 정도는 사업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기업도 약 50개 정도 만들려고 한다"며 "충청북도와 LG그룹, 센터가 합심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준원 센터장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LG에 입사한 후 LG증권과 LG텔레콤, LG유플러스 등에 재직해온 정통 LG맨이다. LG텔레콤 재직 당시 사업개발실장 등을 맡는 등 통신과 미디어, IT사업 등에 정통하다는 평가다. LG유플러스 자회사인 미디어로그 대표로 재직하며 콘텐츠 신모델 개발 등을 맡았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공모를 통해 센터장으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