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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넥스트 스파크' 돌풍 '한달 천하'로 끝난 까닭

  • 2015.12.04(금) 15:50

8월 기아차 모닝 추월..이후에는 재역전 당해
경쟁적 가격 할인 프로모션 돌입..출혈경쟁 우려

한국GM '더 넥스트 스파크'의 돌풍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있다. 출시와 동시에 영원한 경쟁자인 기아차의 '모닝'을 앞질렀다. '더 넥스트 스파크'는 한국GM이 야심차게 내놓은 경차 모델이다. 그런만큼 출시 첫 달 모닝을 제쳤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GM은 크게 고무됐었다.

하지만 이후부터 '더 넥스트 스파크'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모닝'은 매달 '더 넥스트 스파크'와의 판매량 격차를 벌리며 쾌속질주 중이다. 신차인 '더 넥스트 스파크'가 구형인 '모닝'에 뒤쳐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 '8월만 해도 좋았는데…'

'더 넥스트 스파크'는 지난 8월 시장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더 넥스트 스파크'는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8월 판매량이 6987대를 기록하며 영원한 경쟁자 기아차의 '모닝'을 앞질렀다. 비록 33대 차이였지만 무려 7년 7개월만에 모닝을 넘어선 것이어서 큰 의미가 있었다.

한국GM은 '더 넥스트 스파크'의 선전에 크게 고무됐다. '더 넥스트 스파크'는 한국GM이 야심차게 준비한 경차였기에 '모닝'을 제쳤다는 사실은 한국GM이 경차 시장에서 다시 강자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국GM의 이런 기대는 불과 한달만에 깨졌다. 9월 판매량에서 다시 '모닝'에게 추월당했다. 그러더니 10월과 11월에도 기아차 '모닝'에게 경차 판매 1위 자리를 내줬다. 더 심각한 것은 매월 판매량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9월 656대에서 10월 930대, 11월에는 3749대 차이로 벌어졌다.

'더 넥스트 스파크'는 한국GM의 기대작이다. 그동안 '스파크' 모델 노후화로 고전했던 것을 단숨에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자신있었다. 실제로 사전 평가도 좋았다. 종전과는 다른 디자인과 각종 편의사양은 경차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GM은 GM 경차 프로젝트의 중심지다. 따라서 한국GM이 내수 시장에서 '더 넥스트 스파크'를 얼마나 성공시키느냐에 따라 GM 내에서의 입지가 좌우된다. GM 내에서 입지를 강화하지 못하면 한국GM은 향후 신차 출시 등에서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그런만큼 '더 넥스트 스파크'의 역할은 중요하다.

◇ 프로모션이 갈랐다

신차인 '더 넥스트 스파크'가 순식간에 구형 모델인 '모닝'에게 밀린 것은 마케팅력에서 뒤졌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지난 8월 '더 넥스트 스파크'가 치고 올라오자 9월부터 반격을 준비했다. 기아차는 9월 판매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최대 86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기아차의 공세는 계속됐다. 10월에는 모닝 구입 고객에게 기본 최대 80만원 할인혜택에 시중가 134만원 상당의 김치 냉장고도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여기에 노후차 교체 세제지원까지 들어가면서 할인 폭은 더욱 커졌다. 11월에는 최대 130만원 할인에 김치 냉장고 증정으로 혜택을 늘렸다.

▲ 기아차 '모닝'.

모닝의 판매가격은 대당 915만~1480만원 선이다. 여기에 최대 130만원 할인 혜택을 부여하면 차값의 약 14%를 할인하는 효과다. 또 김치 냉장고를 증정하는 프로모션까지 더하면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누리는 혜택은 더욱 커진다. 판매 확대를 위한 기아차의 노림수였다.

한국GM도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9월에 기아차의 공격을 받은 한국GM은 10월에 '더 넥스트 스파크'에 초저금리 할부와 현금 구매 고객에게 10만원의 주유비 제공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11월에도 20만원 할인 또는 삼성 갤럭시 기어 S2 스마트 워치 스포츠 모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

▲ 한국GM '더 넥스트 스파크'.

하지만 한국GM의 대응은 기아차를 넘어서기에 역부족이었다. '더 넥스트 스파크'는 출시된 지 얼마 안된 신차다. 따라서 구형 모델인 '모닝'처럼 대폭 할인 혜택을 부여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기아차에 비해 한국GM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 이달에도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GM은 '더 뉴 스파크'에 대해 조건별로 최대 110만원 할인을, 기아차도 '모닝'에 대해 최대 100만원의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 출혈경쟁 우려 목소리도

업계에서는 기아차와 한국GM의 가격 할인 전쟁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과거 대우차의 '티코'와 현대차 '아토즈', 기아차' 비스토'가 경쟁했던 경차 전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번 경쟁이 자칫 제 살 깎아 먹는 출혈경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 경차는 마진율이 가장 낮은 모델로 꼽힌다. 통상적으로 한 대당 마진율은 7~8% 정도로 알려져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경차는 팔리면 팔릴 수록 제조업체에게는 손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저마진 차량을 두고 판매 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해당 업체에게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 업계에서는 기아차와 한국GM의 경차 가격 할인 전쟁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출혈경쟁이 심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해당 업체는 물론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특히 한국GM의 경우 기아차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출시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신차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신차에 할인이 진행되면 상품성이 떨어진다. 업계에서는 일종의 자해 행위로 보고 금기시한다.

하지만 오랜만에 경차 시장을 되찾을 기회를 잡은 한국GM으로서는 기아차의 공세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시장을 되찾겠다는 한국GM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갈수록 할인폭이 커진다면 한국GM도 기아차도 모두 저수익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는 대체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때 큰 인기를 끈다"면서 "경기가 회복됐을 경우 출혈경쟁에 나섰던 업체들에게 돌아올 수익성 저하의 규모는 무척 클 것이다. 가격 출혈 경쟁 보다는 해당 차량의 상품성과 품질로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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