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력사업인 반도체부문의 경쟁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부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지켜낸 것도 반도체 부문의 호조가 결정적이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서 전통의 강자였던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서서히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과 전망 등을 정리해본다.[편집자]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아직 개척해야 할 분야는 남아있다. 바로 시스템반도체다.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장규모가 3배이상 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성과를 낼 경우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회사 1위 자리도 넘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인 메모리반도체와는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워낙 영역이 넓고, 제품도 다양하다. 각 영역마다 특화된 기업들도 존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랜기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집중해 왔고, 최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최신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한 파운드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 인텔 잡으려면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부동의 1위지만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의 순위에서는 인텔보다 뒤진 2위 자리에 머물러 있다. 인텔 1위, 삼성전자 2위라는 체제는 상당기간 지속돼 왔고, 앞으로도 당분간 깨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가 내놓은 전망을 보면 올해 인텔의 매출은 563억1300만 달러로 전년보다 8%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435억3500만 달러로 추정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텔과의 격차를 좁혀왔지만 여전히 거리는 남아있다.
다만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에는 인텔과의 차이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인텔의 추격에 힘을 보탤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최근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자동차용 반도체, 사물인터넷 등 미래산업 성장 과정에서 시스템반도체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란 분석들이 제기된다.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를 묶어 패지키화할 수 있다는 것은 삼성전자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아우디 등 기존 자동차들은 물론 미국 테슬라 등과의 협력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 역시 이같은 장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10나노 기술 앞세워 '영역 확대'
실제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강점은 업계에서 가장 앞선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시스템반도체 분야 최초로 10나노 로직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14나노과 비교하면 성능과 생산효율이 높아지고, 소비전력은 낮아지는 등 경쟁력이 있다. 10나노 공정은 기존 14나노 대비 성능은 27% 개선되고, 소비전력은 40% 절감된다. 웨이퍼당 칩 생산량도 약 30% 향상된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10나노 1세대 공정 양산과 함께 내년을 목표로 2세대 공정에 대한 개발도 진행중이다. 2세대 공정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능 개선과 파생 공정 확대를 통해 장기간 10나노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0나노 공정기술을 기반으로 최근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퀄컴이 선보일 모바일AP '스냅드래곤 835'를 삼성전자가 생산하게 된다. 퀄컴의 모바일AP는 칩 면적이 줄어든 만큼 스마트폰 등을 설계할때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보다 슬림한 디자인을 구현하거나 용량이 큰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삼성전자는 10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AP을 생산한다. |
삼성전자의 10나노 기술은 모바일AP 외에 인텔이 장악하고 있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공략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최근 퀄컴이 내놓은 서버CPU 시리즈도 삼성전자에서 생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퀄컴, ARM 등이 연합해 인텔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서버용 CPU 시장을 공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10나노 외에도 14나노 공정을 보급형에 이어 웨어러블 전용AP 생산에도 적용하고 있다. 14나노 공정이 적용된 웨어러블AP는 전력효율이 20%이상 향상되는 등 저전력, 초소형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한편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서서히 성과를 내면서 지금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을 위한 조직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시스템LSI 사업부내에서 각종 제품의 설계·개발과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하고 있지만 이해상충의 소지도 있다"며 "각 조직을 분리해 보다 전문적인 영역을 구축해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