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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틸렌 집중하는 석화업계..베팅 적중할까?

  • 2016.12.15(목) 18:00

다운스트림 원료 확보·규모의 경제 등 겨냥
유가상승땐 스프레드 축소..경기사이클은 우호적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에틸렌 생산능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에틸렌은 대표적인 범용 석유화학 제품이다. 진입 장벽이 낮아 한 때 공급과잉 우려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제품 스프레드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며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에틸렌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다만 LG화학은 제품 다변화를 위한 원료 확보를, 롯데케미칼은 원료 다변화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것으로 증설 배경에 다소 차이가 있다.

 

◇ 에틸렌 경쟁력이 기업 경쟁력

 

에틸렌 설비 증설을 먼저 결정한 곳은 LG화학이다. LG화학은 2870억원을 투자해 충남 대산 NCC(나프타분해설비)공장 에틸렌 23만톤을 증설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올 들어 기초소재사업 내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범용 제품 대신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제품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에 NCC 증설은 고부가 다운스트림 제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향후 가격 경쟁력 등을 갖추기 위한 준비 단계다.

 

실제 LG화학은 NCC에서 생산되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을 활용한 ABS와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친환경 합성고무 등 고부가 제품 매출액을 현재 3조원 수준에서 2020년에는 7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제품 다변화가 아닌 원료 다변화 카드를 선택했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에 비해 제품 군 다양성이 떨어지고 에틸렌 등 범용 제품 의존도가 크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올 들어선 이 같은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 에틸렌 스프레드가 고공 행진하며 대규모 NCC 경쟁력이 수익성 극대화를 가져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약 3000억원을 투자, 에틸렌 증설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선택했다. 단, 나프타가 아닌 LPG를 원료로 하는 설비를 늘리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우즈벡 수르길 프로젝트를 통해선 천연가스를, 미국에선 셰일가스에서 생산되는 에탄을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기지를 마련하고 있다. 원료 다변화를 통해 원료의 가격 변동성에 대비하고, 유가 상승 시 가격이 올라가는 나프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석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NCC 설비에 LPG를 혼용해 사용하는 경우가 적었지만 이번 에틸렌 설비는 LPG를 원료로 하는 것이어서 원료 다변화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에틸렌 호황은 언제까지

 

에틸렌은 저유가로 인해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됐고, 아시아 지역 내 설비 증가세 둔화 및 정기보수로 타이트한 수급 상항이 지속돼 스프레드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국내 석유화학 및 정유사들은 에틸렌 사업에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2실장은 “에틸렌은 나프타 가격이 크게 하락해 NCC 설비 경쟁력이 강화된 상황에서 설비 증설도 크지 않고, 최근 정기보수가 집중돼 에틸렌 생산업체들이 큰 호황을 누렸다”고 말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오펙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면서 유가는 점진적 상승 추세다. 또 미국에서 에탄을 원료로 생산된 에틸렌 제품이 시장에 공급되면 NCC 및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금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향후 에틸렌 업황이 올해보단 둔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증설 설비는 2018~2019년 경 준공돼 상업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 향방에 따라 에틸렌 수익성이 영향을 크게 받는 까닭에 향후 제품 스프레드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자칫 이번 증설 투자가 공급과잉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석유제품 업황이 상승 사이클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송미경 실장은 “에틸렌 업황이 매우 좋지만 앞으로는 다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양사의 에틸렌 증설 결정은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와 향후 에틸렌 업황에 대한 낙관을 엿볼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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