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회복세를 보이던 스마트폰 부문이 갤럭시노트7 이슈로 인해 단 1000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쳤고, 전체 영업이익 규모도 5조원대로 줄었다.
다만 삼성전자 전체를 보는 시각 자체는 어둡지 않았다. 주력사업인 스마트폰에서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다른 축인 반도체사업의 호황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같은 전망은 4분기에 실현됐다.
◇반도체가 이끈 4분기
삼성전자는 6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53조원, 영업이익 9조2000억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분기대비 매출은 10.8%, 영업이익은 76.9%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선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었고, 영업이익은 49.8% 늘었다.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은 2013년 3분기 10조1600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많았다.
무엇보다 반도체부문의 호조가 컸다. 반도체 영업이익은 5조원에 육박하며 최대실적을 기록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반도체부문 영업이익 최대치는 2015년 3분기 3조6600억원였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고, 환율도 상승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에 접어들며 꾸준히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익확대 폭이 더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해 4분기와 매출이 비슷했지만 영업이익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은 대부분 반도체의 역할이었다는 관측이다.
반도체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 가운데 디스플레이와 가전 역시 실적이 호조를 보이며 각각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갤럭시노트7 이슈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던 무선사업부도 2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갤럭시S7 라인업을 확대하며 일정부분 공백을 메웠다는 평가다.
◇1분기 분위기도 좋다
1분기 전망 역시 나쁘지 않다. 지금과 유사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의 호조가 이어지고, 가전이 비수기에 접어들지만 스마트폰 신제품 등으로 이를 보완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DS사업부문의 영업이익 규모는 4분기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갤럭시S8 출시가 4월로 예상되는 등 1분기에도 스마트폰사업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은 부담이다. 갤럭시노트7 이슈에 대한 마무리와 함께 갤럭시S8의 본격 출시가 이뤄져야 정상궤도로 복귀할 것이란 예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4분기 잠정실적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자, 1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높이는 분위기다. 대부분 1분기에도 지난해 4분기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1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에 도달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가 올해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일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