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손잡고 해외 칠러(Chiller·냉난방 공조시스템) 시장을 공략한다. 가전회사와 에너지 공기업의 결합이라는 흔치 않은 조합이라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지역 냉난방 사업에 공동진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양사는 내부 조율을 마치고 이르면 다음주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협력은 대형 냉난방 기기인 '칠러'를 생산하는 LG전자와 해외 집단에너지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성사됐다.
LG전자는 공기업이자 국내 최대의 집단에너지 사업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끌어들여 공신력을 높이고, 한국지역난방공사는 LG전자의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기회를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두 회사는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나오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해 칠러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주에 있던 공장을 2000억원을 들여 평택으로 확장 이전하며 전세계 칠러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거점을 구축했고, 올해 6월에는 "트레인·요크·캐리어 등을 제치고 칠러사업을 글로벌 1등 브랜드로 키운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해외시장에서 본격적인 수익성 확보기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은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등 일부 국가에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기술이나 컨설팅을 제공하는데 치중해왔다.
▲ LG전자 직원이 경기도 평택 칠러사업장에서 열교환기 용접작업을 하고 있다. |
현재 두 회사가 주목하는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이란·아랍에미리트연합 등 중동 국가다. 업계 관계자는 "고온 건조한 사막성 기후라 냉방 수요가 많은데다 산유국으로서 경제력, 정부와 민간차원의 도시개발사업 등을 고려하면 중동이 1순위 공략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칠러란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 대형 건물 등에 공급하는 냉각 설비다. 해외 공조전문 조사기관인 BSRIA(Building Services Research and Information Association)에 따르면 전세계 공조시장 규모는 800억달러(약 80조원)로 이 가운데 칠러는 140억달러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글로벌 청소기 시장과 비슷한 규모다. LG전자는 지난해 칠러사업에서 3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