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를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 매각하는 방안이 최종 확정됐다. 해외매각을 극렬 반대하던 노동조합이 조합원 전체 찬반투표까지 거쳐 결국 동의로 돌아섬으로써 마지막 변수까지 사라졌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오는 2일 더블스타와 매각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2009년 금호타이어가 채권단의 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지 9년만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찬반투표서 해외매각 찬성 60%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노조가 광주공장 운동장에서 실시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 특별합의 찬반투표'에서 총 조합원 2987명 중 2741명(91.8%)이 투표에 참여해 1660명(60.5%)이 찬성표를 던졌다.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에 따라 금호타이어는 지난달 30일 본교섭을 통해 잠정합의한 '노사특별합의서'를 토대로 오는 2일 산업은행과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및 단체협약 조인식'을 맺는다.
이로써 금호타이어는 법원의 기업회생·정리절차(법정관리) 신청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채권단은 보유한 기존 금호타이어 채권도 만기 5년 연장 및 금리 인하를 해줘 연간 233억원의 이자를 절감해 주기로 했다.
채권단은 총 2000억원 규모 긴급 자금 수혈을 통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상환과 3개월치 체불임금, 거래처 대금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또 더블스타와 추가 협의에 나서 6000여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3년간 고용보장, 지분매각 제한 등 세부 조건을 구체화하게 된다.
노조와의 단체협약은 채권단과 더블스타 본계약 때 조건이었다. 더블스타는 제3자 유상 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 지분 45%(주당 5000원)를 6463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다. 인수 후 산업은행 등 8개 채권 금융기관의 금호타이어 지분율은 현재 42%에서 23.1%로 내려간다.
▲ 지난달 30일 금호타이어 일반직 직원들이 서울 광화문 사옥 앞에서 해외매각 노조 동의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극적 합의' 어떻게 이뤄졌나
노동계나 업계 일각에서는 더블스타가 이른바 '먹튀'를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더블스타가 중국 공장만 키우고 매각 제한 시한(5년)이 지나면 국내 사업은 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가 끝까지 반대한 이유다. 반면 더블스타는 경영개선 여건 명문화를 요구해왔다.
우선 노조는 2010년부터 워크아웃 5년 동안 임금 삭감을 했던 데 이어 앞으로 2년간 상여금 약 4분의 1을 반납하고 2017∼2019년 임금도 동결하기로 했다. 임금은 2016년 기준 기본급 1%만 인상키로 했다. 상여 반납분은 2020년 이후 영업이익률(본사 기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환원하는 조건이다. 환원 완료된 이후 영업이익률에 근거해 별도로 격려금을 통해 반납분을 보상하기로 했다.
노조는 일부 복리후생 항목 운영 중단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광주·곡성공장의 경우 인력 운용을 통해 현재보다 생산성을 4.5% 높이기로 했으며, 연간 40일 휴무하되 20일은 무급으로, 20일은 통상임금의 50%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산업은행과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을 비롯해 노동 3승계(노동조합·단체협약·고용)를 보장하고, 2019년 하반기부터는 광주·곡성공장에 대한 단계적 설비투자도 시작하겠다고 했다.
더블스타의 차이융썬(柴永森) 회장은 지난달 22일 "(중국) 지리자동차가 볼보차를 인수한 사례처럼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호타이어 본사를 국내에 두고 한국인 경영진이 국내 회사법에 따라 경영계획을 결정해 대주주 허가를 받는 방식의 경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사주조합 또는 개별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으며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향후 발전을 위해 금호타이어 노사와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 더블스타가 참여하는 미래위원회(가칭)도 구성하기로 했다.
▲ 지난달 22일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9년만에 채권단 손 벗어나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시절이던 2006년께 그룹이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는 데 동원되면서 유동성 사정이 악화됐다. 특히 차입금을 통한 투자를 늘린 상태에서 금융위기를 맞자 자금은 급격히 쪼들리게 됐다.
결국 회사는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2010년 워크아웃을 개시했다. 금호타이어는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정상화 수준의 경영 개선을 이루진 못했다. 2011년 중국에서 품질 문제가 불거진 데다 이어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지속되면서 판매 부진이 지속돼 중국 법인 적자가 누적됐다.
채권단은 2016년 9월 금호타이어 지분 매각을 개시했고 본입찰에 참여한 중국의 3개 업체 가운데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권리 행사 의사를 밝혔지만 채권단으로부터 컨소시엄 구성안을 거절 당했다. 박 회장은 이후에 '금호' 상표권 사용료를 문제삼아 매각 발목을 잡기도 했다.
한 차례 매각이 불발된 뒤 작년 9월 채권단 주도 자율협약이 시작됐고, 채권단은 다시 더블스타에 매각을 추진해왔다. 노조는 고용 불안을 우려해 해외매각을 반대해 왔다. 이런 과정속에서 애초 더블스타가 제시한 금호타이어 지분 인수가격은 9500억원에서 현재 6000억원대까지 줄었다.
▲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서울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제1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한용성 금호타이어 사장이 의사진행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