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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이 생산 리드타임 90% 단축한 비결은

  • 2024.08.06(화) 07:30

연중 기획 [AX 인사이트]
개발·공정·검사 제품 전 단계에 AI 도입해 생산성 개선
카메라모듈부터 기판까지…AI 접목 사업 지속 확대
LG그룹사 협력 통해 기술 개발, 향후 계열사 확대 전망

/그래픽=비즈워치

AI(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생산성 개선에 AI를 활용하는 제조업의 'AX(인공지능 전환, AI Transfomation)'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LG이노텍은 △개발 △공정 △검사 등 제품 생산 전 단계에 AI를 도입하며 '제조(Industrial) AI'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AX 전환 가속화로 혁신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뤄냄으로써, 수익성 중심 경영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전략이다.

AI로 패키지 PS 기판 설계도 불량 사전 분석

개발 단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기판 제품 설계도의 결함을 초기에 찾아내는 AI 기반 설계도 사전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다. AI로 기판 설계도의 취약 영역을 개발 단계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 제품의 초기 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고밀도 미세회로가 집적된 PS 기판 제품의 경우, 마이크로미터(0.000001m) 단위의 미세한 차이가 회로의 이상 유무를 좌우한다. 그 때문에 최종 설계도 완성까지 여러 차례의 검토 및 수정 작업이 불가피했다. 게다가 회로 설계의 결점은 제품 테스트 생산 이후에 확인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실패비용(F-cost, 제품 양산 후 불량을 바로잡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과 리드타임 지연은 공정 초기 수율 저조의 주원인이 됐다.

/그래픽=비즈워치

이에 LG이노텍은 기판 설계도면 취약점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AI 개발에 뛰어들어, 회로의 불량 패턴 및 취약점을 전처리한 1만6000건 이상의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도면의 불량 영역을 90% 이상 검출해 내는 AI를 완성했다. AI 도입으로 전처리 작업 시 도면의 취약 패턴과 특징을 수치화해,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거한 판독 기준을 정립할 수도 있게 됐다.

LG이노텍은 개발 단계에서 AI 사전 검수가 이뤄지면 기판 제품의 양산 시점이 단축되고, 이를 통해 고객 수주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작년 무선주파수 시스템 인 패키지(RF-SiP), 안테나 인 패키지(AiP) 등 반도체용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PS) 제품군 설계도 사전 분석에 AI를 적용한 데 이어, 향후 적용 제품군을 늘려갈 계획이다.

AI가 제안하는 최적의 공정 레시피

올해 5월에는 AI를 활용해 고사양 카메라 모듈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업계 최초로 'AI 공정 레시피'를 고사양 카메라 모듈 공정에 적용한 덕분이다.

고부가 신제품 양산 초기의 낮은 수율은 제조업에서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동시에, 극복해야 할 최대 난제로 꼽힌다. 양품 생산이 가능한 적확한 공정 레시피를 찾아내기까지, 수차례의 시뮬레이션 및 테스트 생산을 반복한다. 이 과정이 길어질수록 실패 비용이 늘어나고, 대량 양산이 지연된다. LG이노텍은 이 같은 업계 난제를 타개할 방안이 AI에 있을 것으로 보고, 2021년부터 공정 불량을 사전 예측하는 AI 개발에 착수했다.

AI 공정 레시피는 최초 설정된 공정 전체 프로세스를 AI가 전수 점검해, 불량 발생이 예상되는 공정을 사전에 탐지하는 방식이다. 불량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AI는 △기계의 작동 강도 △컨베이어벨트의 속도 △실내온도 등 공정 과정의 수많은 변수를 반영한 시뮬레이션을 돌려, 불량률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공정 레시피를 도출한다. 실제 AI 공정 레시피를 적용해 만든 카메라 모듈은 불량 검출률이 높았던 주요 검사 항목에서 기존 대비 불량률이 최대 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이노텍 관계자는 "기존에는 카메라 모듈 양산 초기, 성능검사에서 불량이 감지되면 새로운 공정 레시피를 찾는 데 72시간 이상이 소요됐는데, AI 공정 레시피가 적용되며 이 과정이 6시간 이내로 단축됐다"며 "엔지니어의 경험에 의존해 레시피 수정 및 샘플 생산을 수차례 반복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비즈워치

AI 공정 레시피 도입은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이었다. 초기 수율 안정화되며, 원가경쟁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LG이노텍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1% 늘어난 1760억원을 기록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AI 공정 레시피를 통한 카메라 모듈 공정 혁신이 원가 경쟁력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부연했다.

LG이노텍은 올해 안에 'AI 공정 레시피'를 반도체 기판에도 확대 적용하는 등 AI를 활용해 수율을 높일 수 있는 제품 종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AI 비전검사로 리드타임 90% 단축

LG이노텍은 개발·공정 단계에 이어 품질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검사' 단계에도 AI를 도입했다. 특히 검사 영역에서는 '자동화'와 'AI기반 검사' 적용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먼저 자동화는 생산량과 생산 품종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제조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부품 시장은 고객 요구가 다양해지는 한편, 제품이 점차 고도화되고 제품 수명은 점차 짧아지는 추세다. 또 검사 난이도 향상에 따라 생산지 다변화에 따라 모든 지역에서 정확도가 일관적이지 않고, 사람 의존도가 커지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 환경 변화 속에서도 생산·품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LG이노텍은 제조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했다. 스마트 팩토리에는 AI 기술로 지능화된 검사 생산라인을 도입, 팹(Fab) 내 무인화를 추진했다.  

또 검사 무인화를 위한 기술적·비용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LG그룹 내 전문 조직 LG AI연구원, 생산기술원과 전략적 협업도 지속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는 LG AI연구원과 함께 AI 비전검사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AI가 제품의 결함, 오염, 이상 현상 등을 감지해 제품의 완성도를 검사하는 기술이다. 

/그래픽=비즈워치

현재 LG이노텍 구미공장 고부가 반도체 기판(FC-BGA) 생산 현장에 AI 비전검사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LG이노텍은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90% 단축하고, 글로벌 생산지의 검사 수준을 국내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또 AI 검사 적용을 통해 검사원 투입을 90% 감소할 수 있었다는 게 LG이노텍 측 설명이다.

LG그룹사 협력을 통해 진행된 만큼, 그룹사 내 확대 적용도 기대된다. LG이노텍 관계자는 "B2B 사업에 의한 다품종 소량·대량 생산 환경에서 여러 고객사의 복잡하고 높은 난이도의 검사 환경은 타 부문·타 계열사에서의 활용도가 높다"며 "LG그룹 기술로 진행, 확보된 만큼 기술적 부분을 원활하게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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