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아버지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물려받았다. 2018년 9월 수석 부회장에 오른지 1년 반만에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또 그룹 총수 일가가 다시 한번 이사회 의장직을 맡게 되면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는 19일 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임기는 3년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선임은 지난 2월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1년 만에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일각에선 이사회 의장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아닌 이원희 사장이 오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환경 등을 감안해 정 부회장이 책임 경영 차원에서 직접 총대를 멘 것으로 분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지난해 주총에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연이어 맡으며 책임 경영을 강화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사회 안건과 운영 등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업무 집행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사회의 전문성, 독립성, 투명성 강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추가적인 개선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사회에 앞서 오전 9시 현대차 사옥 2층 대강당에선 현대차 제52회 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총 의장을 맡은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 19'에 따른 어려운 경영상황과 형후 대응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이 사장은 "미중 무역갈등 완화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세계적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자동차 산업도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산업수요 감소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어려운 외부환경 변화 속에서 미래시장 리더십 확보를 위해 올해를 '2025 전략' 실행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먼저 성공적 신차 런칭을 통한 판매 확대 및 수익 강화를 강조했다. 제네시스 풀라인업 구축과 아반떼·투싼 등 볼륨 모델 출시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시장 확보를 위한 반조립제품(CKD) 사업도 확대한다.
전동화,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사업 실행도 본격화한다. 세계 최고 수준 기술을 보유한 수소전기차는 올해부터 차량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 협력을 통해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원가 구조 혁신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 사장은 "권역별 불필요한 라인업 및 파워트레인 효율화를 가속화해 복잡성을 줄이고, 글로벌 생산 체계의 유연성을 확보해 수익성 중심의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고객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도 구축해 나간다. 이 사장은 "프로세스 혁신을 통하여 조직 운영의 효율성 향상 및 실행력을 제고할 것"이라며 "데이터 기반의 업무 체계를 구축해 의사결정의 품질 및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140여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참석 주식수는 1억6843만5869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의 83.4%였다.
이날 안건으로 오른 제52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사업목적), 사외이사 선임(최은수), 사내이사 선임(김상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최은수),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 사업목적은 각종차량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에서 각종차량 및 기타 이동수단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으로 변경됐다. 전동화 차량 등 각종 차량 충전 사업 및 기타 관련 사업은 신설됐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주총을 앞두고 코로나 19 대응'에 만전을 기했다.
주주 이동 동선과 일반 직원들의 동선을 최대한 분리하는 한편, 주주 별도 대기 공간을 마련했다. 희망 주주들은 대기 공간 내에서 주총 생중계 모니터를 통해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주총장 내부도 주주들이 좌석을 2~3칸 띄어 앉을 수 있도록 배치하는 등 주주간 접촉을 최소화 했다. 또 주총 전 서신을 통해 주주들에게 주총장을 직접 찾기 보다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 행사를 권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