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굳건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버티고 있다.
23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도매 판매는 90만3371대로 전년동기대비 11.6% 감소했다. 중국(-51.7%), 중남미(-19.4%), 인도(-18.7%), 유럽(-16.3%) 등 해외 판매량이 11.1%, 국내는 13.5% 각각 줄었다.
판매는 줄었지만 오히려 매출(25조3194억원)은 전년동기대비 5.6% 늘었다. 원화약세로 인한 환율효과 7580억원, 고부가가치가 제품인 SUV(스포츠유틸리티차)와 신차 중심의 믹스 개선으로 1조5920억원이 더해지면서다.
영업이익(8638억원)도 전년동기대비 4.7%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2조4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자율주행회사 '앱티브(Aptiv)'와의 합작사 효과를 빼면 영업이익은 뒷걸음질 쳤다. 자동차 부분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8.5% 감소한 4640억원이었다.
1분기 순이익은 5527억원으로 일년전보다 42.1% 급감했다.
현대차가 글로벌 판매와 내실이 동시에 악화된 성적표를 받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을 감안하면 '1분기는 간신히 버텼다'는 평가다.
선방의 비결은 내수다. 김상현 현대차 전무(경영지원본부장)는 "코로나로 글로벌 차 시장이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불확실성에 빠졌다. 빠른 V자 반등은 쉽지 않다"면서도 "해외 주요 판매 생산 거점이 셧다운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선방했다"고 말했다.
특히 내수시장에서 신차 효과가 돋보였다. G80은 출시 첫날 연간 판매목표의 70%(2만2000대)를, 아반떼는 출시 첫날 이전 모델의 10배인 1만대 이상을 각각 계약했다. 이 덕분에 지난달 내수시장 판매는 증가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오는 2분기부터 본격적인 코로나19 여파가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구자용 전무(IR담당)는 "올해 수요 증가가 예상됐던 중국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유럽과 미국, 인도의 감소세도 두드러진다"며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 판매가 회복되더라도 2019년보다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김상현 전무는 "1분기 자동차 부분이 11조원 가량의 유동성(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며 "4월 이후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더라도 연말까지는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경우 내수를 기반에 둔 현대차에 오히려 기회가 올 수도 있다.
구자용 전무는 "온라인 판매와 딜리버리 체계를 구축해 시장 회복시 판매를 선점할 준비를 하겠다"며 "내수중심으로 운영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차는 수출 물량을 미리 확보해 회복시 즉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현대·기아차도 판매 위축이 불가피하나 영업여건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라며 "올해 글로벌 판매 감소폭은 글로벌 시장 수요 감소보다는 작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신평은 올해 글로벌 수요가 17% 감소할 경우 현대차(차량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2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 줄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적으로 글로벌 수요가 5%포인트 더 떨어질 경우 영업이익은 1조원으로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