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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제네시스, 현대차를 구했다

  • 2020.07.24(금) 14:43

[어닝 20·2Q]영업익 반토막 났지만 "잘 버텼다"
제네시스 역대 최대 판매…SUV와 믹스개선 주도

지난 23일 오후 1시까지 전날 장 마감 때보다 500원가량 떨어져 거래되던 현대자동차 주가는 실적 발표를 코앞에 두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2.3% 감소했다"는 공시가 나오자 상승폭은 오히려 커졌다. 최악의 경우 영업이익이 90%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덜어내면서 이날 주가는 전날 종가보다 5.06% 오른 12만45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주가의 흐름은 현대차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를 잘 버텨냈다는 것을 보여준 단면이다. 반토막 난 2분기 영업이익에 대해 시장은 '그래도 잘 버텼다'고 평가해준 셈이다. 전 세계 자동차산업이 코로나19 여파로 셧다운 된 상황에서 현대차가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선전과 내수의 저력, 이 두 가지로 분석된다.

'제네시스+SUV' 믹스개선 없었다면…

지난 2분기 현대차의 실적 수치 중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제네시스 판매량이었다. 제네시스 판매 비중은 'GV80'과 'G80' 등 신차 출시에 힘입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 글로벌 차종별 판매에서 제네시스 비중은 5.4%로 작년 2분기(2.4%)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내수 시장 비중은 작년 2분기 8.3%에서 16.2%로 늘었다.

이는 현대차가 '가성비 좋은 브랜드'라는 이미지 한계를 벗고 고급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네시스는 현대차 브랜드를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회사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중저가 차종에 비해 마진도 많이 남아서다. 증권업계에선 제네시스 판매량이 2019년 8만대에서 올해 13만대, 내년 19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네시스와 함께 수익성 방어의 한 축이 된 건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지난 2분기 SUV 판매비중은 40.8%로 일년 전보다 소폭(0.7%P) 늘었다. SUV는 업계에서 지난 10년간 글로벌 완성차 회사를 먹여 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익성에 '효자'다.

제네시스와 SUV 등 2가지 제품군의 판매비중이 46.2%에 이르면서 실적에는 '믹스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자동차 회사는 차종별로, 가격대별로 다양한 제품 믹스(Product Mix)를 구성하는데, 수익성 높은 제품의 판매를 높이는 것을 '믹스 개선'이라고 한다.

지난 2분기 현대차 글로벌 도매 판매량(70만3976대)이 전년동기대비 36.3% 감소한 가운데 매출(21조8590억원)이 18.9%만 감소한 것도 이런 '믹스 개선' 효과 덕이다. 판매물량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는 전년동기 대비 8조6410억원에 달했지만, 믹스 개선으로 만회한 매출이 3조4050억원으로 분석됐다.

이익 측면의 믹스 개선 효과는 더 컸다. 지난 2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2.3% 감소한 5903억원이었다. 영입이익 감소에는 판매대수 감소가 1조6580억원의 마이너스 영향을 미쳤지만, 믹스 개선이 1조510억원의 플러스 요인이 됐다. 믹스 개선 효과가 없었다면 지난 분기 4600억원 대 영업손실이 났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선진·신흥국 동반부진 내수가 살렸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마비된 가운데 오히려 판매가 늘어난 국내 시장은 현대차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글로벌 메이저 완성차업체 중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 등이 올 2분기 손익분기점(BEP)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지만, 현대차는 내수에 기반해 흑자를 지켰다.

지난 2분기 현대차의 글로벌 도매판매 증감률(전년동기대비) 현황을 보면 ▲인도 -77.7% ▲중남미 -72.8% ▲유럽 -52.5% ▲러시아 -50.1% ▲북미 -37.3% 등 순으로 코로나19 여파를 겪었다. 주요 해외 거점의 판매망이 거의 마비된 결과다. 유일하게 국내 시장만 판매량(22만6000대)이 12.7%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비교적 조기에 안정됐고 신차 효과에 더해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등이 맞물렸다.

그간 현대차는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리며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로 성장했다. 최근엔 인도 등 신흥국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현대차를 구해 낸 곳은 한국 시장이었다.

이동헌 글로벌전략담당(상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선진국 침체를 중국 등 신흥 시장이 상쇄해 빠르게 회복했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동반 부진으로 2023년에야 작년 수준으로 판매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내수도 계속 좋을 수는 없다. 상반기에는 개소세 70% 인하 덕에 국내 차 판매가 전체적으로 전년동기 대비 6.5% 늘어난 93만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달부터 개소세 인하 폭이 30%로 낮아지면서 올해 연간 판매(179만대)는 전년동기대비 0.3% 느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는 내수에서도 판매 감소가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개소세 인하 정책이 없어지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판매가 1.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반기 내수 대응책 역시 '신차 효과'와 '믹스개선'이다. 김상현 재경본부장(전무)은 "이번달 '싼타페'를 시작으로 '투싼', 'G70' 개조차, 'GV70' 등 신차가 하반기에 출시된다"며 "신차 라인업으로 바탕으로 하반기 내수 판매 성장과 믹스개선 모멘텀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버팀목은 금융 사업이다. 지난 2분기 현대차의 금융부분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8.8% 증가한 2720억원이었다. 자동차 부진을 금융이 메워준 셈이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할부 자산 성장으로 금융사업부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5% 성장했고, 현대카드 실적 개선에 힘입어 우려와 달리 금융사업부가 이익을 늘리면서 기록하며 연결실적 방어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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