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수소전기 승용차 '넥쏘'를 선보인 현대자동차가 트럭 등 상용차로 수소 적용분야를 넓히고 있다. 내년 국내에 10톤급 수소전기 트럭을 출시하고 중국에선 수소 상용차 생산기지 설립을 검토 중이다.
경유를 많이 쓰는 상용차는 대기오염이 심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이 절실한 시장으로 발전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보조금과 인프라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해 성과를 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 1분기 중국 상용차 법인인 '현대 트럭앤버스(Hyundai Truck & Bus)'에 총 2027억원을 투자했다. 증자대금 1104억원, 지분인수 923억원 등이다. 판매부진에 빠진 해외법인을 되살리기 위한 종잣돈이다.
2012년 현대차는 중국 현지기업과 합작사 형태로 상용차 시장에 진출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지 판매량은 2013년 4만5300대에서 지난해 5515대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차는 이 기간(6년간) 이 법인에 증자대금으로 총 3144억원을 투자했지만 주식의 가치는 '0원'이 됐다.
사업 부진으로 고민이 커지던 때 지배구조 개편의 기회가 왔다. 중국 정부가 특수목적차량 등에 외국자본비율 제한을 없앤 것이다. 현대차는 올 1월 중국 회사가 갖고 있던 지분 50%를 923억원에 인수, '5대5 합작사'에서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사명도 '쓰촨현대'에서 '현대 트럭앤버스'로 바꿨다.
현대차는 이 법인에 수소전기 트럭 생산기지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올 초 '중국 전기차 100인회 포럼'에서 이인철 현대차 상용사업본부장은 "중국공장에서 연료전지 시스템과 수소전기 상용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수소 트럭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중국 상용차법인이 새 출발선에 섰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변수가 터졌다. 올해 이 법인의 판매량은 1월 6678대로 되살아났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월부터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1분기 당기순손실 342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중국에 대규모 투자 결정도 쉽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현대 트럭앤버스 법인을 수소전기 상용차 생산 기지로 활용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국내에선 정부가 그린 '수소 로드맵'을 따라 순항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는 스위스에 수출하는 10톤급 수소전기 트럭을 국내 사양으로 개발, 내년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내년에 CJ대한통운과 쿠팡 등 물류사업자가 수소전기 트럭 5대를 구매하고 정부가 지원금을 보조하는 시범사업이다.
지난 2018년 현대차는 스위스 'H2에너지'사와 수소전기트럭 공급 계약을 맺었고 올해부터 수출하고 있다. 이번에 이 수소전기 트럭의 국내 사양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현대차는 시범사업을 거쳐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전기 트럭을 양산,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전기 상용차는 국내 전주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올해 수소트럭을 개발해 내년부터 민간과 공공분야에 보급한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2040년까지 수소트럭 3만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1200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경규제가 엄격한 유럽에는 이미 현대차 수소 트럭을 수출하고 있다"며 "국내도 시범사업을 거쳐 공급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