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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LCD 뺏긴 한국 'OLED 사수하라'

  • 2023.02.21(화) 17:27

전문가들, 차세대 Ex-OLED 개발 앞당겨야
삼성D '개인화'·LGD '투명화' 전략 내세워

"아직 국내 업체들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분야에서 중국에 앞서있지만, LCD(액정표시장치)의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 디스플레이 기술로드맵 발표회'에선 이같이 경고가 나왔다. LCD 분야에서 저가공세를 펼친 중국에 따라잡힌 과거를 생각해 OLED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LCD를 집어삼킨 중국도 한국의 OLED 기술력을 매섭게 쫓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차세대 OLED인 'Ex-OLED'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OLED 기술 개발 현황과 방향성을 제시했다.

성장하는 OLED, 쫓아오는 중국

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지난해 기준 총 1228억달러(약 159조원) 규모다. 이 중 LCD 64%, 나머지 36%를 OLED가 차지하면서 두 패널이 전체 시장을 양분했다.

OLED는 현재 LCD보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2.8%인데 비해 OLED 시장은 지난해 436억달러(약 56조5274억원)에서 2027년 572억달러(약 74조1598억원)로 연평균 4.6% 성장이 예상돼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내 업체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대형 OLED의 경우 4~6년, 중소형 OLED의 경우 2년으로 좁혀졌다.

강민수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수석연구원이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 디스플레이 기술로드맵 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민성 기자 mnsung@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강민수 수석연구원은 "OLED 시장은 한때 한국 기업들이 점유율 100% 차지한 적이 있을 정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다"면서 "향후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TV와 IT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OLED 신기술 개발에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OLED 투자도 촉구했다. 강 수석연구원은 "애플이라는 거대한 세트 브랜드가 태블릿과 노트북, 그 이상까지 OLED를 탑재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히면서 이 시장은 더 이상 한국만이 점유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면서 "애플리케이션 별로 다른 개발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패널 업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팹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다음 세대 OLED인 Ex-OLED 기술 개발에도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OLED란 사각 이외에도 다양한 모양의 OLED와 응용제품을 뜻하는 말로, 고휘도와 긴 수명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사용처로는 사물인터넷(IoT)이나 모빌리티 등이 예상된다.

박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는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은 신시장에서 초격차를 확보해 시장 우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OLED를 뛰어넘는 Ex-OLED를 바탕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다시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OLED 기술 개발을 위해 산·학·연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철종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센터장은 "학교가 먼저 씨앗을 심고 틔우면 대기업이 과실을 따가는 구조로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양사에서 평가 잣대가 될 수 있는 Ex-OLED 관련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향성 갈린 삼성D·LGD

이날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차별화된 OLED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을 소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를, LG디스플레이는 다양한 공간에 활용할 수 있는 투명 OLED를 미래 사업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조성찬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이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 디스플레이 기술로드맵 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민성 기자 mnsung@

조성찬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크고 무거운 것 대신에 가벼운 것을 찾기 시작하면서 개인화(Personalize)된 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지금까지 OLED가 진입하지 못했던 IT 기기 시장까지 삼성디스플레이가 다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슬라이더블, 롤러블, 멀티폴더블 등 여러 폼팩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객 친화적인 제품과 기술 혁신을 통해 OLED 시장에서 앞서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조 부사장은 "사람들이 디스플레이를 오래 즐기면서도 눈 건강에 문제 없도록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어떤 측면에서 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니면 못 한다는 확실한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야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여준호 LG디스플레이 그룹장이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 디스플레이 기술로드맵 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민성 기자 mnsung@

여준호 LG디스플레이 그룹장은 "상업과 모빌리티, 홈라이프스타일과 같은 분야에서 투명 OLED를 활용해 기존 공간을 혁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최근엔 인테리어 친화적인 디자인에 대해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투명 OLED 제품 계획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여 그룹장은 "(LG디스플레이 제품은)현재 기준 40%의 투명도와 FHD 해상도의 사양을 갖고 있는데, 향후 4K까지 해상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올해 말 쯤이면 55인치에서 크기를 더 키워 70인치대 투명 OLED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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