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국내 LPG(액화석유가스) 양대 업체인 SK가스와 E1의 순이익이 개선됐다. 산업용 LPG 수요와 해외 트레이딩 사업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SK가스와 E1은 내년부터 수익성이 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송용 LPG 수요 증가와 미래 사업으로 투자한 LNG, 수소 사업 등이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돼서다.
'산업용 LPG·해외 트레이딩'…3분기 실적 견인
SK가스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7201억원, 영업이익 57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7%, 13% 줄었다. LS그룹의 LPG사업 자회사인 E1은 매출 1조8394억원, 영업손실 144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은 8.7%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적자전환했다.
하지만 양사의 순이익은 대폭 증가했다. SK가스는 지난 3분기 12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37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E1의 3분기 순이익은 27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203억원) 대비 35.4% 증가했다.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SK가스는 전년 대비 142.3% 늘어난 2837억원, E1은 145.1% 늘어난 21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늘어난 것은 산업용 LPG 수요 회복 덕분이다. 실제로 SK가스의 올해 1~3분기 석화·산업체용 LPG 누적 판매량은 189만톤으로 작년 대비 5.9% 증가했다.
특히 최근 석유화학용 LPG 수요가 증가한 점이 순이익 개선에 한몫했다. 지난 3분기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 원료인 납사(Naphtha) 가격이 오르자, 납사 대신 LPG를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 업체가 늘었다. SK가스와 E1은 석유화학용 LPG 수요 증가에 발맞춰 공급량을 늘릴 계획이다. 또 석화업체와의 계약 증가로 LPG저장탱크 추가 증설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해외 트레이딩(중계 무역) 사업도 호조를 보였다. 최근 LPG업계는 실적 안정화를 위해 새 먹거리로 트레이딩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정유사들의 정제기술 발전 및 LPG 차량 감소세 등 내수 시장 경쟁 심화로 기존 LPG 사업 수익성이 떨어져서다. 해외 트레이딩은 냉동 LPG 등의 가격 흐름을 예상해 미리 매입하고, 판매 시점을 조절해 시세차익을 얻는 사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나마 운하 체선 및 사우디의 원유 감산으로 LPG 공급이 줄었지만, 동절기를 앞두고 인도의 LPG 수입량이 증가하며 LPG 가격 상승세가 지속돼 순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LPG 국제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하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리점 B2B(기업 간 거래) 판매 확대, 신규 계약 물량 반영 등으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성장하면서 수익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사업 다각화 나선 LPG업계
향후 LPG업계 전망은 긍정적이다. 우선 수송용 LPG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부터 경유를 사용하는 1톤 트럭의 생산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LPG업계는 1톤 디젤 트럭 생산이 중단되면 1톤 트럭 수요가 전기나 LPG 트럭으로 넘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SK가스는 지난달 한국통합물류협회 등과 친환경 1톤 LPG트럭 물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LPG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SK가스는 내년부터 LNG(액화천연가스)·LPG 복합발전소인 울산GPS(Gas Power Solution)의 상업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울산GPS는 총 1227MW(메가와트) 규모로 오는 2024년 하반기부터 수익이 발생것으로 예상된다. LNG·LPG 복합발전소는 LNG나 LPG 중 저렴한 가스를 대체 연료로 투입할 수 있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9월 LNG-LPG 복합발전소인 울산GPS가 상업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LNG 가격이 LPG 가격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발전소 등에서는 LPG 전면 대체를 통해 방어할 수 있어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SK가스는 내년 6월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부분 준공도 앞두고 있다. SK가스는 현재 울산에 탱크 한 개 당 21만5000㎘의 LNG 저장 설비를 짓고 있다. 총 네 개 중 현재 세 개의 탱크를 건설 중이다. 이중 두 개가 내년 6월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SK가스와 E1은 수소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SK가스는 총 2조2000억원을 투자해 울산 북항 일대에 14만㎡ 규모의 수소복합단지(CEC, Clean Energy Complex)를 조성 중이다. 대규모 LNG 설비인 KET 인근에 CEC를 건설해 수소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E1은 지난해부터 서울 강서구, 경기 과천, 고양시 3곳에서 수소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지난 5월엔 한국남부발전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청정 수소 생산부터 저장·활용에 이르는 협력을 약속했다.
수소 공급망 확보를 위한 투자도 단행했다. E1은 지난 7월 캐나다 청정암모니아 사업에 1000만 캐나다달러(약 96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캐나다 앨버타주의 천연가스에서 생산된 수소를 블루 암모니아 형태로 국내에 도입하는 프로젝트다.
암모니아는 새로운 수소의 운송·저장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석유를 대체할 친환경 미래에너지로 꼽힌다. 하지만 기체 상태 수소는 밀도가 낮고 부피가 커 한 번에 많은 양을 운반·저장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변환하면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운반·저장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E1은 캐나다에서 생산한 수소를 블루 암모니아 형태로 옮겨와 국내에 저장한 후 수소충전소 운영에 활용할 계획이다. 오는 2028년까지 연간 100만톤 규모의 블루 암모니아를 확보해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LPG 산업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국내 LPG 수요의 지속적 감소와 해외 트레이딩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래 수익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면서 "업계가 미래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신재생 에너지 사업 지속 추진하고 수소 사업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나서는 배경"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