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케이블 1·2위 업체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기술 유출과 관련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국내 전력케이블 시장경쟁력이 약화되거나 국내 시장이 독점 시장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독점 시장은 효율적인 생산이 이뤄지지 못한다. 이는 결국 해외 업체들에게 국내 시장을 내주는 빌미가 될 수 있어서다.
사건의 쟁점은?
이번 사건의 쟁점은 LS전선의 공장 도면과 고전압 해저 케이블 기술이 대한전선 공장 건설에 활용됐는지 여부다.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용 고전압 송전 케이블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해상풍력 발전 등에 주로 사용된다. 전력케이블 시장에서 LS전선을 포함해 전 세계 6개 업체만 해당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LS전선 관계자는 "해저 케이블의 핵심은 수천 톤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기술, 즉 설비 및 공장의 배치가 해저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전선 측은 기술 탈취 목적으로 경쟁사의 레이아웃과 도면을 확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해저케이블은 생산 역량, 공장 부지의 형태와 크기, 부두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치 장소를 결정하게 되므로, 공장 설비 배치도는 핵심 기술일 수 없다"면서 "해외 공장들은 경쟁사의 공장 견학을 허락할 뿐 아니라, 홈페이지 등에 설비 배치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고 반박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는 "특별한 노하우가 들어가 있는 경우 레이아웃도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영업 비밀 침해로 볼 수 있다"면서도 "어떤 레이아웃인지, 어떤 기술적 효과가 있는 건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민흥 와이즈업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도 "영업 비밀이 되려면 내부적으로 비밀 유지를 하려고 했던 노력과 대외비적 성격 그리고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이 종합적으로 갖춰져야만 영업 비밀 침해가 되는 것"이라며 "레이아웃 자체보다는 입수 경위와 공적으로 얼마나 알려진 정보였는지를 종합해서 판단해 볼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로에선 해상풍력시장
양사가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해상풍력 시장 때문이다. 해상풍력에 이용되는 해저케이블의 경쟁 체제를 만들어 갈 것인지 아니면 한쪽이 독점할 것인지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lobal Wind Energy Council)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오는 2032년까지 연평균 21% 성장해 총 발전 용량이 447GW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의 해상풍력 에너지 잠재량은 연간 119TWh(테라와트시) 수준이다.
이런 블루오션에서 해저케이블은 해상 변전소를 기준으로 크게 내부망과 외부망으로 구분된다. 해저케이블 내부망은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경쟁 체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외부망은 현재 LS전선이 독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일로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시장 진입이 늦어진다면 해저케이블 및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중국 등 해외 업체로부터 우리 케이블 시장을 보호하지 못할 가능성도 대두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부망까지 독점 시장이 될 경우)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가격을 높여 소비자한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독점은 가격에 따른 물량을 단독으로 컨트롤하면서 효율적 생산 이뤄지지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