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Austal)의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방산 업계는 이번 투자를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닌 미 국방부·해군 네트워크를 보유한 핵심 조선사와의 연결고리 확보로 해석하고 있는데요. 미 해군 수상함과 잠수함 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입니다.
핵심은 미국 조선소
지난 12일 호주 정부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대4 지분율로 호주에 설립한 현지법인 HAA No.1 PTY LTD의 오스탈 지분 19.9% 인수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권고를 반영한 결정이죠. 호주 정부가 자국 방위산업 기업에 대한 단일 투자자의 지분율을 최대 20%로 제한한 만큼 한화는 단일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오스탈은 미국 앨라배마 모빌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조선소를 두고 있는데요. 미 해군에 2034년까지 70여 척을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미국 소형 호위함·군수지원함 시장 점유율은 40~60%에 달하죠. 미 해군의 핵심 공급업체인 셈입니다.
한화가 오스탈에 주목한 이유는 바로 이 미국 조선소 때문입니다. 미국에는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이라는 게 있거든요. 자국 군함을 해외에서 만들거나 수리하지 못하게 막는 법이죠. 하지만 미국 내 조선소라면 외국 기업이 지분을 가져도 괜찮습니다. 한화가 오스탈 지분을 확보하면 미 해군 함정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겁니다.
수상함·잠수함 양쪽 노린다
한화가 오스탈을 통해 노리는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수상함 사업과 원자력잠수함 사업이죠.
먼저 수상함 쪽을 볼까요. 오스탈 USA는 원래 고속 알루미늄 선체 함정에 특화된 조선소였는데요. 미 해군 연안전투함(LCS)이나 미 해안경비대 고속수송선(EPF) 같은 걸 주로 만들어왔습니다. 그런데 2018년 호위함 사업 입찰에서 떨어진 뒤 강철 선체 함정도 만들 수 있도록 설비를 확충했죠. 2022년 설비를 완성하면서 더 큰 함정을 만들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왔습니다. 최근 미 해군의 콘스털레이션급 호위함 사업이 전면 중단됐거든요. 설계를 자꾸 바꾸다 보니 납기는 밀리고 비용은 불어나서 아예 사업을 접어버린 겁니다. 미 해군은 새로운 호위함을 2028년까지 실전 배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존 펠런 미 해군성 장관이 "새 호위함은 미 해안경비대의 대형 경비함 NSC(국가안보경비함)를 개량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차기 호위함 사업을 두고 한화와 HD현대가 각자 미국 주계약자들과 손잡고 경쟁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화는 오스탈 USA를, HD현대는 NSC를 만들어온 헌팅턴잉걸스를 파트너로 뒀죠.
원자력잠수함 쪽에도 기회가 있습니다. 미 해군은 지금 연간 잠수함 3척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기존 조선소만으론 생산 능력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오스탈 USA가 2022년부터 미 해군 주계약자에게 잠수함 부품을 공급하기 시작했고요. 2024년엔 4억5000만 달러 규모 잠수함 모듈 생산 시설 확장 계약까지 맺었습니다.
한승한 연구원은 "원자력잠수함은 미 해군 함정 예산의 46%를 차지한다"며 "잠수함 부품 공급망에 들어간다는 건 장기 수주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HD현대 역시 헌팅턴잉걸스와 미국 조선소를 세워 잠수함 부품 생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끝이 아닌 '시작'
한화의 장점은 조선소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무기·센서 기술을 함께 활용할 수 있거든요. 함정 자체와 탑재 무장을 묶어서 패키지로 제안할 수 있다는 얘기죠.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도 인수했는데요. 필리조선소에선 상선을, 오스탈에선 군함을 만드는 투트랙 전략도 가능하겠죠.
한화그룹의 오스탈 지분 확보는 단순히 19.9%라는 숫자로 평가할 문제가 아닙니다. 미 해군 함정시장이라는 거대한 생태계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죠. 수상함 사업에선 핵심 주계약자로 입지를 다질 수 있고, 원자력잠수함 사업에선 핵심 공급자로 장기 수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호주 정부의 엄격한 조건과 20% 초과 시 발동되는 주권주 조항은 한화의 추가 지분 확대를 가로막습니다. 호주 정부는 지난 8월 오스탈과 맺은 전략적 조선 협약을 통해 주권주 1주를 확보했는데요. 투자자가 지분 20%를 넘기면 콜옵션을 행사해 오스탈의 호주 자회사와 핵심 자산을 정부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화가 19.9%에 만족할지, 아니면 추가 지분 확대를 위해 호주 정부와 협상할지는 지켜봐야 하는데요. 분명한 건 한화가 오스탈을 통해 미 해군 함정시장이라는 거대한 게임의 플레이어로 본격 진입했다는 사실일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