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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의 습격]①뚝뚝뚝...'세자릿수' 눈앞

  • 2013.10.29(화) 11:19

글로벌 달러 약세 심화..韓 펀더멘털도 한 몫
정부 단호한 입장 `하락 트랜드` 바꿀지는 의문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속도가 매섭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주 9개월여만에 1050원대로 진입했다. 넉 달만에 100원 가까이 빠진 것이다. 1060원대로 되올라섰지만 누구도 1050원대 지지를 장담하지 못한다. 특히 환율 하락속도가 가파른 점도 우려를 더한다. 환율이 내려갈수록 수출기업들은 물론 한국 경제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환율 전망과 환율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환율 뚝뚝뚝...`세자릿수` 눈앞

②4분기, 먹구름 몰려온다
③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고
④나누고, 바꾸고...헤지만이 살길이다

(그래픽)업종별 환율 기상도

 

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꾸준히 떨어진 후 1060원대에서 숨고르기 중이나 환율을 끌어내리는 중력은 상당히 커 보인다. 1050원이 무너지면 다음 지지선은 바로 1000원선이다. 달러-원 환율 1000원이 갖는 상징성과 심리적 부담감은 크다. 정부의 방어 의지가 강력하지만 얼마나 약발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달러-원 환율과 엔-원 환율(출처:현대증권)

 

◇ 美 셧다운 후 글로벌 달러 약세 '대세'

 

원화 값이 오른데는 두 가지 방향의 힘이 동시에 영향을 줬다. 달러가 약세를 보인데다 원화 강세요인도 커지면서 환율을 누르고 끌어내리는 힘이 배가 된 것이다.

 

우선 최근 달러 약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인 폐쇄(셧다운)로 경제 활동에 타격을 입은 후 달러 가치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 폐쇄 여파가 경제지표 부진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지연될 것이란 시각이 커지면서 달러 약세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은 오는 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있으며 이 자리에서 실제 양적완화 축소가 연기된다면 달러화가 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값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 `한국이 너무 잘나가` 원 강세 요인 강화

 

글로벌 달러 약세에 더해 원화 값을 끌어올리는 요인도 많다. 최근 원화 강세에는 한국의 펀더멘털 요인이 십분 반영됐다는 얘기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대비 3.3%의 증가하며 7분기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투자와 소비 등의 개선도 뚜렷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힘입어 경상수지 확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 경상수지는 20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1~9월간 경상흑자 누적 규모도 이미 지난해 전체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환율을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양적완화 축소 논란 이후 한국의 이머징 차별화 요인에 주목하면서 사상 최장기간 주식 순매수에 나섰다. 경상수지 흑자나 대외부채 감소 등은 한국 주식을 매력적으로 만든 요인이다. 한국의 장점이 크게 부각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진 셈이다.

 

일부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달러 인덱스 대비 원화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달러화 외에 유로나 엔화 대비 가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 달러 덕분에 엔약세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하반기들어 달러대비 원화값이 크게 하락하며 고민을 안기고 있지만 상반기만해도 단연 엔화값 하락이 '빅 이슈'였다. 최근 엔화 역시 달러 약세 영향을 받으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엔-원 재정환율이 박스권에서 등락 중이지만 추가적인 엔화 약세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 엔화는 최근 1년 사이 달러대비 20%이상 가치가 하락했고 최근 들어 대미 수출이 증가하는 'J커브'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엔화는 최근 들어 미국 정부를 둘러싼 불안으로 안전자산 성향이 부각되면서 달러대비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지속하고 있고 내년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언제든 약세로 돌변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다만 엔화 약세가 향후 재개되기 위해서는 이머징 불안이 진정되고 위험자산이 부각돼야 한다. 또 달러 움직임에 민감하기 때문에 달러대비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면 그만큼 미국 달러가 강해지는 것을 의미해 달러-원 하락 압력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엔화 약세가 상반기만큼 강하게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이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있는 만큼 내수 진작이 필요한데 엔화 약세가 추가로 진행되면 수입물가 상승 부담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수출 진작을 위해 엔화약세를 강력하게 진행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정부 팔 걷고 나섰지만 `대세` 돌릴수 있을까

 

한국 정부는 환율에 항상 민감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최근 위협받은 1050원선은 수출주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주 개입에 나섰고 1060원선이 지지되고 있다. 강력한 방어 의지 역시 드러내며 추가적인 환율 하락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원화 가치 상승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밝혔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환율 변동성을 너무 크지 않게 하는 여러 수단이 있다"며 "한국에 유입되는 외국 자본이 핫머니인지 유심히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의 발언처럼 시장 개입은 강세를 막기보다는 속도를 완화하는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달러-원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계속된다면 1050원이 깨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원화 강세 요인이 훨씬 우세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당장 연말까지는 1050원이 지지되겠지만 내년까지 본다면 1000원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민규 한국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강세를 가져오는 경제환경이 당장 변할 상황이 아니어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개입에도 원화 강세 압력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며 1060원으로 제시했던 전망치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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