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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쪼개 담으면 의결권 공시 안해도 된다?…당국, 기준 점검 착수

  • 2024.04.22(월) 15:00

업계 "공시 기준 실무와 괴리‥해외주식 예외 요청"
펀드내 비중 아닌 운용사 보유수량으로 '기준 변경' 거론

의결권 행사내역 공시 기준이 실무와 동떨어져있다는 자산운용업계의 목소리에 금융당국이 기준 점검에 나선다.

현재 법령상 자산운용사는 한 펀드에서 일정 기준 이상 특정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종목의 주주총회에서 행사한 표결과 사유를 공시해야 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소규모 펀드의 경우 주요 보유 종목이 아닌데도 행사 내역을 공시해야하는 터라 입법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운용사 전체 보유량이 아닌 펀드별 수탁고가 기준인 탓에 실제로 상당량을 보유한 운용사의 표결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공시 의무 발생 기준을 펀드별 자산에서 운용사 보유량으로 바꾸는 개정 방향이 거론된다. 

지난 3월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2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내역 공시를 전수조사한 후 공시 기준에 대해서도 점검할 방침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운용사가 한 종목을 특정 펀드 수탁고의 5% 또는 10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의결권을 행사한 후 분기마다 제출하는 집합투자자산영업보고서에 행사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상장사, 비상장사, 해외법인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한국거래소에도 일정량 이상 담고 있는 국내 상장종목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역 1년치를 매년 4월 공시해야 한다. 

자산운용업계에서 문제 삼는 건 집합투자자산영업보고서 공시 기준이다. '수탁고의 5% 또는 100억원'이라는 기준이 실무와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펀드와 조 단위 대형 펀드 간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펀드수탁고를 기준으로 삼고있기 때문에 여러 펀드에 쪼개 들어간 운용사는 공시 의무를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A운용사는 50억원 규모의 한 펀드에 삼성전자를 5%인 2억5000만원어치 담고 있다. 이 경우 A운용사는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반면, B운용사는 50억원 규모의 a, b, c 펀드에 각각 삼성전자를 1억원씩 담고 있다. 이 경우 B운용사가 펀드를 통해 보유한 삼성전자는 총 3억원으로 A운용사보다 많지만, 의결권 행사 공시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가 크다면 큰 비중이지만 어떤 종목들에 대해선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펀드 규모에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인 기준을 두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나 해외주식의 경우 국내 펀드가 보유한 의결권의 영향력이 미미해 공시 부담만 가중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 관계자는 "애플과 같이 시총 규모가 워낙 큰 글로벌 종목들은 국내펀드가 보유한 비중이 5%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의결권 행사가 큰 영향력을 갖지 않는다"며 "그런데 실무적 부담은 커 해외종목은 공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요구를 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금감원와 금융투자협회가 구성한 '의결권행사 가이드라인 개정TF'에서도 이같은 건의가 나왔지만,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만큼 신설된 가이드라인에선 빠졌다. 

이에 금감원도 공시의무가 발생하는 기준 변경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펀드 내 비중이 아닌 운용사가 가지고 있는 총 수량을 기준으로 삼는 방안도 거론되는 방향 중 하나다. '5% 또는 100억원 이상'이라는 기준을 그대로 두면서, 실제로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가 유의미한 사례를 선별해낼 수 있다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요한 의결권 행사 사례를 시장에 공개하라는 취지인데, 현재 기준 때문에 중요하지 않은 사례인데도 보고를 꼭 해야하는 상황이 나오니 이를 개선해달라는게 업계 의견"이라며 "종목이나 펀드 규모에 따라 다양한 사례가 있어 정교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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