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원 환율은 1060원대 근방에서 꾸준히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속도조절 의지로 1060원대가 지지되고는 있지만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팽배하다. 내년의 최대 화두 역시 환율이다. 환율 하락세는 올해 내내 지속됐지만 정부나 시장 모두 민감해 하는 수준인 1050원대가 위협받으면서 환율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증권사들도 환율을 큰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상저하고의 흐름을 예상했다. 일부는 1000원대까지 급락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지만 1050원선을 밑돈 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 원화강세 요인은 지속..美 통화정책 향방이 열쇠
최근 환율을 끌어내린 요인들을 보면 국내외 모두 당장 그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달러 약세를 이끌고 있는 양적완화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한국의 강한 펀더멘털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상수지는 21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누적 경상수지도 사상 최대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내년에는 내수 성장 모멘텀도 더해지면서 원화 자산에 대한 수요를 높일 전망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는 그동안 달러 약세를 유발했고 최근 양적완화 축소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준은 양적완화를 유지하며 축소시기가 내년 이후로 지연될 조짐이다. 이는 결국 달러 약세를 강화시킬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양적완화 축소 시 안전한 도피처로 지목되며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더라도 원화자산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원화가 약세로 가기 쉽지 않은 형국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달러 약세가 강화되겠지만 양적완화 축소가 부각되며 이머징 자금이 이탈하는 시기에는 원화에 대한 매력이 충분히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씨티나 HSBC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 미국 경기 확장 따라 원화 강세 속도조절 가능성
환율의 상저하고(원화가치는 강세후 약세) 흐름이 예상되는 이유는 원화 강세 압력이 꾸준히 진행된 후 어느정도 수준에서는 제한될 것이란데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당장은 달러가 약세를 보이겠지만 미국 경기가 확장국면에 들어서면 달러 매력이 다시 증가하면서 원화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대우증권은 "상반기에는 미국보다 성장률 반등 속도가 빠른 원화가 절상되겠지만 하반기에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함께 성장률 속도가 빨라지면서 원화가 완만하게 절하될 것"으로 점쳤다.
최근 외국인의 주식 매수가 주춤한 가운데 외국인의 주식 매수 재개 여부도 달러-원 환율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지목된다. 일부에선 외국인 매수가 일단락됐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잠시 쉬어간 후 내년 상반기에 2차 매수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외환당국의 속도조절 의지도 달러-원 환율 하락을 제한할 전망이다. 실제로 달러-원 환율은 2008년 이후 종가기준으로 1050원을 밑돈 적이 없다. 당국이 1050원을 결국엔 방어하는데 실패하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고수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속도 완만하면 수출 부담 덜해..1000원선 급락 경고도
달러-원 환율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 하락 속도가 급격하지 않다면 대외 여건 개선에 따른 수출 증가를 통해 어느정도 상쇄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많다.
김유미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와 달리 환율 하락이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엔화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여건이 우호적인 것까지 감안하면 환율 하락에 지나치게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연평균 환율은 1030원대부터 1070원대까지 스펙트럼이 비교적 넓다. 상반기 대부분 강세를 예상했지만 오히려 하반기에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쪽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1000원선 급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나금융투자는 1050원을 하회할 경우 1000원선 급락도 가능하다고 점쳤고 LIG증권도 달러-원 환율이 1000원 선을 터치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