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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만 18년..'고인물이 썩는다'

  • 2014.01.22(수) 11:05

[사외이사 건전성 진단·上]
국내 대기업 34곳 `재임 연수 7년이상`
기업지배구조원 "독립성 훼손..결격 사유"

OCI 계열 유니온은 작년 주주총회에서 고지석 세무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그는 한국세무사회 총무이사,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등을 지낸 세무 전문가다. 그런 그가 처음 유니온 사외이사로 선임된 때는 1998년. 이후 재선임만 5번째다. 이번 임기(2016년 3월)를 다 채우면, 그는 한 회사(유니온)에서 18년간 사외이사를 지내는 ‘대기록’을 가지게 된다.

작년 KCC는 정종순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2007년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3번째 재선임이다. KCC 부회장 출신인 그가 사외이사에 올랐을 때부터 논란이 제기됐다. 독립적인 위치에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는 1970년대 KCC의 전신인 '금강'부터 치면, 재직연수가 40년이 넘는다.


사외이사는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다. 1998년 도입(상법)됐다. 핵심은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이다. 재임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경영진과 ‘정’이 들고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재임연수 7년(금융업 5년)이 넘으면 사외이사 후보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오래보면 정들고, 고인 물이 썩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2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대규모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소속이면서 지난해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다룬 187개 회사 가운데, 사외이사의 재임 연수가 7년이 넘는 기업은 KCC 등 34개사(37명)에 이르렀다.


사외이사의 재임기간(임기 만료일 기준)이 가장 긴 곳은 고지석 사외이사가 있는 유니온이었다. 유니슨을 포함해 7개 OCI 계열이 작년 주총에서 선임한 사외이사 5명의 평균 임기기도 결격사유인 7년에 걸렸다.

또 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은 2000년부터 동부제철에서, 한승헌 전 감사원장은 2001년부터 LS계열 E1에서 사외이사로 지내고 있다.


세아베스틸(채방은 전 검사, 김창도 씨디철강 사장), 현대산업개발(이정훈 연세대 교수), 동국제강(윤용섭 전 부장 판사), 대림산업(신정식 중앙대 석좌교수), STX팬오션(최동무 PMK PTE 대표), 현대상선(전준수 서강대 부총장), 현대홈쇼핑(김영석 연세대 대학원장), GS홈쇼핑(이만우 고려대 교수), S-OIL(Al-Ashgar) 등도 10년 이상 한 사람에게 사외이사를 맡겼다.

이 밖에 사외이사 재임기간이 7~10년인 곳은 아모레퍼시픽(송재용 서울대 교수), 효성(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 SK(박세훈 전 동양글로벌 대표) 등이 있었다. 농협 계열 남해화학(사외이사 임기 5년)도 포함됐다. 

하지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간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2012년 12월 개정)’에 따르면, 신규 임기를 포함해 재임 연수가 7년이 초과하면 사외이사 후보 결격 사유로 보고 있다.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 가이드 라인을 바탕으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한 회사의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방문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사외이사를 오래하게 되면, 경영진과 친분이 쌓여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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