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지난해 9명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이중 5명은 권력기관 출신이다. 박차석 대전지방 국세청장·강대형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롯데제과), 서현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롯데케미칼), 임삼진 대통령실 비서관·백명현 금감원 법무실 팀장(롯데쇼핑) 등 권력기관 출신이 사외이사로 대거 포진됐다. 재선임 사외이사까지 포함하면 권력기관 출신은 60%(8명)가 넘는다. 롯데그룹은 박근혜 정부들어서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2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한 대규모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가운데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는 118명(25%, 경력 중복 포함)에 이르렀다. 사외이사 4명 중 1명은 권력기관 출신인 셈이다.
권력기관 중 가장 많은 사외이사를 ‘배출’한 기관은 사법·행정 공무원이었다. 이귀남(GS)·김성호(CJ) 법무부 장관, 주선회(CJ헬로비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지난해 새로 선임된 고위직을 포함 총 45명이 사법·행정 공무원 출신이었다.
국세청·관세청은 그다음이다. 국세청장(5명), 관세청장(1명), 지방 국세청장(10명) 등 총 22명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있다. 특히 CJ·신세계·롯데·현대차그룹은 각 3명씩을 국세청·관세청 출신으로 기용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청와대(14명), 재정경제부(12명), 공정거래위원회(9명), 감사원(9명), 장관(7명), 금융감독원(7명) 등 출신 사외이사가 지난해 새로 선임됐거나, 기존 임기가 연장됐다.
주요 그룹별로는 신세계와 CJ가 8명으로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를 가장 많이 기용했다. 롯데(7명), 현대차(7명), 두산(7명), 삼성(6명), SK(6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가 ‘대주주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뒤로 한 채, 정부기관과 기업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법조인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69개 회사 가운데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기업은 54개(78.3%)였고,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사외이사로 있는 15개 기업 중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조치를 받거나 소송이 계류 중인 곳은 8곳에 이르렀다.
박세연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대개 회사가 시장의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해 금융당국의 반복적인 제재가 이뤄지면,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고위 공직자를 선임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