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창업멤버들의 용퇴와 함께 전문경영인 체제로 탈바꿈 한지 1년이 흘렀다.
첫해 성적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일단 경영성과를 가늠하는 기본 잣대인 실적에서는 좋은 평가가 나온다. 최창훈·이준용 부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역대 최대실적 기록이 기대된다. 상장지수펀드(ETF) 부문에서 장기간 선두를 지켜온 삼성자산운용과 점유율 격차를 1%포인트대로 좁힌 점이 괄목할만한 성과다.
김미섭·허선호 부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영업이익 1조클럽' 재입성이 유력하다. 지난해 해외부동산 평가손실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올해는 수수료이익과 운용이익에서 고루 성과를 내며 실적을 보완했다.
다만 내부통제는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증권은 2년 전 랩·신탁 운용 중 채권 불법 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심의 결과가 나오면서 중징계를 받을 처지에 놓여있다. 최근 자본시장을 발칵 뒤집은 고려아연 사태에 연루돼 조사도 받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감행했다. 창업멤버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을 포함한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최경주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사장 등이 물러나고 각 계열사를 이끌 전문경영인들로 진용을 새로 꾸렸다.
창업세대에서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경영체제를 새롭게 구축했음을 선포한 것이다. 우선 증권에는 김미섭, 허선호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이정호 부회장에겐 글로벌 비즈니스 핵심기지인 홍콩 법인 총괄을 맡겼다. 운용에는 대체투자 전문가 최창훈 대표이사 부회장이 연임하는 한편, ETF 전문가 이준용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직을 새롭게 맡았다. 글로벌에서는 스와럽 모한티 운용 인도법인 사장은 외국인 최초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증권, 리테일·IB 골고루 개선…1조클럽 유력
이 같은 경영체제가 꾸려지고 나서 받은 첫해 실적은 견조하는 평가를 받는다. 미래에셋증권의 별도 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03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1%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6095억원으로 171% 성장했다.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9146억원으로 집계돼 연말 '1조클럽' 입성이 유력해졌다. 순이익은 6617억원으로 전년대비 45% 늘었다.
리테일 부문에서 해외주식 열풍 덕을 봤다. 미래에셋증권이 1~3분기 벌어들인 해외주식 위탁매매수수료는 180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0% 증가했다. 수수료 기준 업계 점유율은 20%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거래대금 기준 점유율은 17%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등을 합친 연금자산은 증권업계 최초 40조원을 돌파하며 자산관리(WM) 부문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기업금융(IB) 부문에서는 엘앤에프, 산일전기, 전진건설로봇 등 굵직한 기업공개(IPO) 딜을 주관했다. 올해 미래에셋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한 IPO딜은 총 10건에 달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공을 들이는 해외 비즈니스도 순항 중이다. 8개 해외법인은 작년말 677억 손실을 봤지만 올해 흑자로 돌아서며 꾸준히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세전 이익은 82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2~3분기 연속 각각 500억원대 이익을 올렸다. 시장별로 살펴보면 미국·홍콩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주식·채권 중개 서비스를 중심으로 546억원의 누적 이익을 기록했다. 인도·베트남 등 신흥국 시장에서는 온라인과 주식 위탁거래 서비스를 중심으로 536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에 따라 3년만에 영업익이 1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연간 영업익은 1조1164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2년간 해외부동산 등 투자손실을 반영하느라 연간 영업익이 5000억원대까지 줄었다. 그러나 올해는 실적 개선과 4분기 여의도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 덕분에 114%나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ETF 점유율 격차 좁힌 운용, 역대 최고 실적 전망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별도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3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1.8% 늘었다. 순이익은 3819억원으로 1.0% 증가했다.
연결기준으로 보면 증가폭이 더 커진다. 연결기준 누적 영업익은 368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2% 뛰었다. 순이익은 3874억원으로 1.6% 늘었다. 시장에선 연결기준 영업익 기준으로 사상최고치(역대 최고 2022년 4572억원)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전망한다.
펀드와 일임을 모두 합친 순자산(AUM)은 202조원으로 전년대비 31조원 증가했다. 해외법인 수탁고와 합쳐 국내외 운용자산이 총 370조원을 넘겼다.
특히 이준용 대표이사가 직접 챙기는 ETF 부문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국내에선 부동의 1위인 삼성자산운용과의 순자산 기준 점유율 격차를 대폭 줄인 점이 눈길을 끈다. 삼성자산운용과의 격차는 2022년말 4.3%포인트였지만 최근에는 1%포인트대로 줄었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입사 3년 차인 이경준 전략ETF운용 본부장이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것도 이같은 공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도 눈여겨볼만한 성과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미 12번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인도를 편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28일 인도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총 5867억원(증권 2293억원+증권 인도법인 3574억원)에 쉐어칸 지분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쉐어칸은 310만명 이상의 고객, 120여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현지 10위권 증권사다. 올해 4분기부터는 쉐어칸 실적은 증권 재무제표에 반영한다. 증권가에 따르면 쉐어칸 인수로 1년에 약 4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할 전망이다.
미래에셋이 전 세계에서 운용중인 ETF 순자산은 9월말 기준 181조원으로 전 세계 운용사 12위 수준이며, 같은기간 국내 전체 ETF 시장(159조원)보다 큰 규모다. 골드만삭스 등 미국 ETF 시장의 전문가 출신들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ETF운용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를 이끌고 있다.부진한 주가 수익률, 내부통제도 아쉬움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주가 수익률은 여전히 시원찮다. 미래에셋증권은 밸류업 공시를 통해 오는 2026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현금배당과 자사주소각을 통해 연결 지배주주 조정당기순이익의 최소 35%를 주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주주환원 노력에도 주가 흐름이 부진하다는 평가다. 올해 주가는 한때 9300원을 터치해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지만 국내증시 약세 속에 다시 800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에 불과하다.
작년에 이어 또 다시 당국 제재 가능성에 노출된 점은 내부통제 측면에서 뼈 아픈 대목이다. 지난해 라임펀드 특혜 환매 혐의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미래에셋증권은 연말 랩·신탁 불법거래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위기에 놓여있다. 기관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 다섯 단계로 나뉘며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한다.
최근에는 고려아연 사태에도 연루됐다. 금감원은 자사주 공개매수 사무취급과 일반공모 유상증자 주선을 동시에 맡은 미래에셋증권을 현장 검사하고 자본시장법의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만일 미래에셋증권이 시장에서 공개매수가 진행되고 있던 시기 유상증자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불건전 영업행위 혹은 부정거래 방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려아연 주주들은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당분간 사법 리스크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