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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핫이슈]②현금쌓기 `적정` 범위는

  • 2014.03.10(월) 14:57

기업들 배당여력 과거보다 낮아져
"투자 패러다임 변화 받아들여야" 주장도

한국 증시가 침체일로를 걷게 된데는 주식에 대한 `개미`들의 외면도 있지만 기업들의 이익 부진도 크다.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만한 재료를 상장기업들이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익을 쪼개 주주들에 나눠주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배당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푸념도 들린다.

 

◇ 성장기땐 배당보다 투자 우선시

 

성장성이 높을수록 배당성향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기업들이 오히려 잘 나갈 때는 기업의 부(富)를 성장을 위해 재투자하지 않고 밖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도 컸다. 이익이 늘어난다고 배당을 무조건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배당을 필요이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기업 내실을 다지기 위해 다른 용도로 자연스럽게 현금이 쓰이면서 배당이 늘지 않았다. 

 

오히려 배당이 많으면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경우도 많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년 연속 100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거나 대신증권이 십수년째 배당을 실시한 것이 `오너의 배당금 챙기기`라는 식이다. 배당이 지배주주 및 가족 지분율과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   

 

한국 기업들의 배당률이 낮은 이유 가운데 증시가 배당수익률이 낮은 산업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빼놓을수 없다. 유틸리티나 통신 등의 비중이 크게 감소한 반면, 배당수익률이 낮은 정보기술(IT)과 소비재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기업들이 오히려 자체적인 배당여력보다 더 많은 배당을 지급했다는 주장도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총자산 수익률이나 잉여현금흐름, 매출액성장률과 비교한 한국 상장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은 결코 낮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 투자 줄고 재무 개선..`잉여현금` 문제

 

최근 투자 패러다임이 변한 만큼 기업들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공격적인 투자 필요성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번 돈을 모아뒀다 투자할만한 유인이 크지 않다면 기업으로서는 다른 현금활용법에 눈을 돌리는 게 맞다.

 

최근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재무구조도 과거와 완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국내기업들이 단기 유동성 위기를 차단하는 방화벽으로 현금성 자산을 축적했지만 장기 저금리로 조달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처치 곤란한 잉여자산`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의 '이익/자본' 가운데 분모를 키워 ROE 하락 주범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조성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자본조달 제약이 없는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지나치게 많으면 기업가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금성 자산이 많지만 성장기회가 적은 기업은 오히려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이 기업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배당 관련 자주 제기되는 것이 '대리인 문제'다. 경영자는 내부 유보이익을 늘리고 싶어하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경영진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이를 줄이려 한다. 배당이 둘 사이의 대립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 배당은 결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고 주주의 권리 강화의 기준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투자자에게 기업의 가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신호등인 셈이다.

 

◇ 이익 낸 후 배당 늘리는 게 정석

 

배당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이익이 뒷받침되야 하는데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예전만 못한 것은 분명 문제다. 투자에 돈이 쓰인 만큼 수익이 나야 하는데 현금흐름 규모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10년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배당지급 여건이 결코 좋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 수익성은 상승했지만 배당여력은 감소(출처:LG경제연구원)

 

고배당 기업은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경우가 많다. 배당성향이 30%에 육박하는 기업들은 부채비율이나 차입금 의존도가 낮고 잉여현금흐름도 풍부한 것으로 나타나고 배당이 적은 기업은 대개 이와 정반대인 경우다.

 

배당 수준이 높을수록 성장성도 높게 나타나며 배당을 잘하는 기업들의 경우 투자매력이 높은 기업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적용된다. 따라서 현금흐름이 부족할 때 배당을 고집하는 것은 결국 돈을 빌려 배당을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배당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요인들이 고려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기업들의 투자가 둔화되고 투자자들의 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기업들의 관심도 분명 커지게 될 것"이라면서도 "기업 배당 여력을 이익 규모만으로 파악하기보다 현재의 재무건전성이나 투자기회 등 다른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입장에서는 굳이 현금배당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인위적인 주가부양 수단이 아닌 주주제고 가치 차원에서의 자사주 매입이나 주식배당도 고려할 만하다. 선진국의 경우 배당 외에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이익의 상당부분을 돌려주고 있다. 2005년~2011년사이 미국 기업들은 배당성향이 100%를 넘어서며 이익 대부분을 주주들에게 환원했고 이중 자사주매입이 62%로 현금배당(40%)보다 훨씬 컸다.

 

자본시장연구원도 "기업 배당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개선되고 현금흐름 불확실성이 완화되야 한다"며 "상장기업 배당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과잉투자를 사전에 막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선에서 배당을 요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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