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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증권]②새 주인 찾는 현대증권…‘살아있네!’

  • 2016.02.12(금) 15:55

순익 2790억…11위→4위 ‘명가의 부활’
4분기 907억으로 ‘넘버1’…승부처 압도

늘 이기는 팀만 이긴다면, ‘이변’이란 이 매력 넘치는 단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진부한 표현은 승부의 세계가 늘 예측불가능성에 기반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사람들은 늘 이변과 의외성에 더 많은 표를 던지고, 열광한다.

2015년 증권업계 최고의 화제를 몰고 온 증권사로 메리츠종금증권을 꼽는데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자기자본(2015년 말 연결 기준 1조7186억원), 이른바 덩치는 3조원 이상의 ‘빅6’에 비할 바 못되지만 내로라하는 이들 대형사들을 제치고 지난해(2873억원) 순익 3위 자리를 꿰찬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또 2014년(1447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는 괴력을 발휘했다. 

◇결과도 좋았고 과정도 좋았다

‘빅6’에 속해있다는 이유만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의 돌풍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현대증권 역시 그에 못지 않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 11개사(3월결산 신영증권 제외) 중 2014년(373억원) 최하위에 머물렀던 현대증권이 2015년(2790억원) 4위로 단연 도드라진 성장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을 자격이 있다.

특히 지난해 순익 규모는 현대증권이 ‘바이코리아펀드’를 출시해 소위 ‘바이 코리아 열풍’을 몰고 왔던 1999년(3048억원)이후 16년만의 최대치다. 이쯤되면, 지난해의 현대증권은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른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증권 명문가 부활을 알린 현대증권에 대해 이렇게 단언해도 좋을 것 같다. “살아있네!”

승부처는 작년 4분기였다. 현대증권은 이 시기 907억원의 순익을 달성해 전체 증권사들을 압도했다. 또 이 같은 수치는 3분기(176억원)의 5배, 2014년 4분기(70억원)의 13배에 해당한다. 2위 메리츠종금증권(581억원)과의 순이익 격차 또한 326억원에 달했고, 3분기에 비해 순익이 늘어난 곳은 현대증권이 유일하다.

지난해 8월부터 주식시장를 덮치기 시작한 ‘차이나 쇼크’와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각종 악재들이 꼬리를 물고 터지며 내로라하는 증권사들이 죽쒔던 시기다. 11개 대형 증권사 중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113억원, 9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을 정도다.

현대증권은 2015년 1~3분기만 해도 순익 1883억원으로, 2014년에 비해 나아지기는 했지만 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4분기 막판 뒤집기로 지난해 4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증권은 2015년 한 해의 전체 결과만 좋은 것이 아니라 과정도 좋았다.

◇현대그룹의 모험이자 힘겨운 결심

현대증권은 브로커리지(BK) 부문을 비롯해 투자금융(IB), 상품운용 등 주요 사업부문에서 실적이 두루두루 좋았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위탁수익과 금융수익 등 리테일부문 실적이 개선되고, 부동산 금융과 기업공개(IPO) 등 기업금융(IB)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대체투자(AI) 채권 등 상품운용수익도 늘어났다”고 밝혔다.

알짜 자회사로 변신한 현대저축은행도 거들었다. 여기에 현대증권 윤경은 사장이 부쩍 공을 들여온 해외 부동산 투자 성과가 마침내 빛을 발했다. 현대증권은 작년 9월 일본 최대 쇼핑업체인 이온 쇼핑몰 가사이점을 매각, 2년 만에 215억원가량의 부동산 투자 수익을 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재매각에 나선다.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지난 3일 현대증권 매각 공고를 냈다.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매각은 29일까지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뒤 내달 초 인수적격후보자(숏리스트)를 선정하고, 4월까지 주식매매계약(SPA)을 완료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현대증권 매각은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로의 매각의 무산된 지 3개월여 만이다. 유동성 위기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현대그룹 주력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계획의 일환이다. 현대증권이 없었다면, 현대그룹은 지금의 위상까지 쉽게 도달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따라서 이 보다 더 나은 대체자를 찾기가 힘든 계열사를 내다파는 것은, 현대그룹에게는 굉장히 큰 모험이자 힘겨운 결심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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