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원유 생산을 줄였던 산유국들이 증산을 결정하며 유가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유가가 인플레이션 상승을 자극하고 신흥국 증시 불안으로도 이어진 만큼 증시도 이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증산 규모가 제한되면서 완만한 상승 쪽에 무게가 실린다. 오히려 하방 경직성도 확보되면서 증시에 부담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 유가 오르자 증산 결정
지난 22일 산유국 회의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 OPEC 회원국들 모두 7월부로 하루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올해 말까지 감산을 연장한 이후 다시 증산을 결정 것이다.
OPEC은 기존에 150%가 넘었던 감산 이행률은 100%로 떨어뜨리겠다고 발표했고 정확한 증산 규모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100만 배럴 가량의 원유 증산이 가능할 것으로 언급했다.
산유국들이 원유 증산을 결정한 이유는 단순하다. 유가가 그간 크게 올랐기 때문인데 국제 유가는 1년 전 배럴당 40달러에서 70달러까지 오른 후 최근 조정을 받았다. 급격한 유가 상승은 수요 둔화와 과잉 투자로 이어지면서 유가 하락을 이끌 수 있기 때문에 사전조치에 나선 셈이다.
이에 더해 최근 이행 중인 감산 규모가 합의했던 수준보다 더 커졌던 데다 오히려 원유 공급 부족이 우려된 점도 증산 결정을 이끌어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원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2개월 연속 일일 140만 배럴 수준으로 하향 유지했다. 최근 가파른 유가 상승으로 인도, 중국 등 이머징 시장의 석유 수요 위축이 우려되기도 했다.
◇ 수요 증가 기대로 하락 걱정 없어
표면적으로 원유 공급이 늘어나면 유가가 하락하지만 시장으로서는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게 됐다. 원유 증산 규모가 예상했던 150만 배럴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OPEC에서 합의한 100만 배럴 수준 자체는 크게 부담스러운 증산 규모는 아니다. 게다가 산유국 가운데 증산 여력이 부족한 국가도 있어 실질적인 증산 규모는 70만~75만 배럴 수준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덕분에 산유국들의 증산 합의에도 국제 유가는 오히려 오름세를 탔다.
증산 규모가 제한된 것 외에도 드라이빙 시즌이 다가오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가가 쉽게 하락세로 돌아서진 않을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OPEC의 증산이 원유 공급 부족 사태를 막아달라는 미국과 중국 등 원유 소비국 요청에 따른 응답인 만큼 이번 증산은 점진적인 안정화가 명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8월 이후 미국의 이란 제재와 허리케인 시즌 도래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수요 부진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증산이란 점에서 유가는 점차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 완만한 상승 기대…증시에도 긍정적
증시 입장에서는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 한 큰 부담은 없을 전망이다. 유가가 완만하게 오를 경우 위험자산 상승효과가 지속되고 신흥국 증시에 부담을 줬던 달러 강세를 자연스럽게 제한해줄 수 있다. 여기에 증산 결정이 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높여줬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현 수준인 50~70달러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배럴당 65달러에서 하방을 확인하고 연말 75배럴까지 완만히 상승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증산에도 유가 상승세를 타면서 인플레를 계속 자극할 순 있어 보인다. 실제 산유국들의 증산 여부도 확인이 필요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중장기적으로는 OPEC의 실제 증산 여부와 사우디의 공백 메우기 여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봤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미·중간 무역 갈등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