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연일 치솟으면서 증시 내 표정도 엇갈리고 있다. 유가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항공주는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는 정유업계를 비롯해 전기차, 태양광 에너지 관련주는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 유가 부담스러운 항공사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3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6.41달러를 기록했다. 전일대비 1.6% 오른 것으로 2014년 11월 말 이후 최고치다. 브랜트유와 두바이유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 유가가 오르면 항공사 실적에 부정적이다. 항공사 영업비용에서 유가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유가가 오르면 항공사 부담이 커진다.
실제 우리나라 주요 항공사들의 수익성은 유가가 오르는 동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항공의 경우 2016년 영업이익률은 9.6%였지만 이듬해 7.8%로 떨어진 데 이어 올 상반기엔 3.8%까지 고꾸라졌다. 아시아나항공도 2016년 4.5%에서 작년 4.4%, 올 상반기 3.2%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번 유가상승 뒤에는 향후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자리한다.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되고 원유 공급이 획기적으로 확대되지 않는 한 시장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국제유가가 내년 중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시장 전망을 반영하듯 항공주는 좀처럼 반등 기회를 못찾고 있다. 대한항공 주가는 지난 8월부터 빠지기 시작해 등락을 반복하다 4일 2만7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016년 초와 비슷한 4215원에 4일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5만원대까지 올랐던 제주항공도 연일 하락세를 면치못하다가 3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대신증권은 "중국 관광객 유입이 다시 활발해지고 화물 수요량이 예년보다 늘어난다면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만회할 수 있다"면서 "향후 시장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기차·태양광에너지株 주목
통상적으로 급격한 유가상승은 정유업계의 실적 확대로 이어진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급격한 시세 차익으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SK이노베이션은 실적 확대 기대감으로 지난 1일 22만6000원까지 올라 2거래일 연속 신고가를 갈아치운 뒤 4일 22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아울러 전기자동차 관련주도 수혜주로 거론된다. 유가상승이 휘발유 가격 부담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결정을 촉진할 거라는 기대에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는 기업의 보급과 정부당국의 규제에 초점을 맞춰 분석되어 왔다"면서 "유가가 2015년 말과 비교해 70%가까이 상승하면서 전기차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이 9년에서 5년으로 단축돼 경제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 에너지 관련주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원유 공급 불안이 계속될 경우 대체에너지 개발에 관심이 쏠릴 거라는 근거에서다. 이베스트증권은 "과거 유가가 고공행진을 그렸던 시기에는 대체제인 석탄가격과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태양광 에너지 관련 주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