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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빅히트 4400억원 유상증자 공시 읽어보기

  • 2021.04.07(수) 07:00

2일 유상증자 발표…신주 223만주 찍어 4400억원 확보 예정
美 매니지먼트사 이타카홀딩스 인수위한 빚 갚는데 자금 사용
유상증자 청약 참여하려면 4월 15일까지 빅히트 주식 매수해야
3자배정 유상증자 동시 진행…아리아나그란데·저스틴비버 참여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일 유상증자를 발표했어요.

이미 많은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공시줍줍]이 이 내용을 다시 한 번 다루는 이유는 그동안의 언론보도가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꼭 알아야 할 세부 내용에 다소 소홀했다는 판단 때문이에요.

앞서 지난 3월 30일 빅히트는 회사 이름을 하이브(HYBE)로 변경했어요. 다만 주식시장에서 종목명은 아직 빅히트이니 이번 기사에서는 빅히트로 통일할게요.

유상증자란 주주들에게 대가를 받고 새로운 주식을 추가로 찍어내는 것을 말해요. 유상증자를 하면 기업은 투자, 운영비 등 기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요.

▷관련공시: 빅히트 4월 2일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

BTS의 성공과 소속사의 발전을 위해 유상증자에 관심 있는 아미(BTS 팬클럽)들도 많을 텐데요. 빅히트가 발표한 증권신고서 분석을 통해 이번 유상증자를 왜 하는지, 확보한 자금을 어디에 쓰는지, 투자 유의사항은 무엇인지 분석해 볼게요.

▷관련공시: 빅히트 4월 2일 증권신고서(지분증권)

① 빅히트 유상증자 기본 개념

-유상증자로 찍어낼 신주 수량: 222만7848주
-유상증자 방식: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1주당 예정 발행가액: 19만7500원
-모집총액: 4400억원
-신주배정비율: 1주당 0.063주

빅히트가 이번 유상증자로 새롭게 찍어낼 주식 물량은 222만7848주. 현재 총 발행주식수(3562만3760주)의 6.3% 수준이에요.

유상증자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기존 주주에게 먼저 신주를 배정한 후 팔고 남은 물량을 일반투자자에게 파는 방식. 이번 빅히트 유상증자는 우리사주조합 배정물량이 없고, 기존 주주에게 모든 신주물량을 배정해요.

1주당 예정 발행가액은 19만7500원. 6일 기준 빅히트 종가(25만9000원)의 76% 수준. 빅히트 주식을 더 사려는 기존 주주 또는 새롭게 주주가 되고자 하는 투자자라면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확보할 수 있는 유상증자 청약을 검토하겠죠.

모집총액 4400억원은 빅히트가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자금을 뜻해요. 물론 추후 확정발행가액에 따라 금액이 바뀔 수 있어요.

신주배정비율 1주당 0.063주라는 뜻은 기존주주가 받을 수 있는 신주인수권 숫자를 뜻해요. 즉 최소 17주는 보유해야 신주배정비율에 따라 1주(17주×0.063=1.07주)를 청약할 권리(신주인수권)이 주어진다는 점.

② 유상증자 청약, 투자위험요소는

유상증자 청약도 주식 투자이기 때문에 투자위험요소를 꼼꼼히 살펴봐야 해요. 빅히트가 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는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알아볼게요.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등 오프라인 행사 침체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활성화하면서 팬과 아티스트가 직접 만나는 팬미팅, 공연 등 오프라인 행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 빅히트는 온라인콘서트 등 대체방법을 실천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향후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이용자 취향 변화에 따른 수익성 약화 
음악콘텐츠 산업은 세대의 유행, 선호도에 따라 민감하게 변동하는 분야. 콘텐츠의 라이프사이클 주기가 매우 짧음. 따라서 현재 빅히트 소속 가수들이 인기를 끌고는 있으나 추후 세대별 유행․세대별 선호도의 변화에 따라 매출이 감소할 수 있음 

-신규 아티스트 배출 위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신규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것은 매우 중요. 다만 신인 연습생을 전문 아티스트로 데뷔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함. 충분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해당 아티스트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할 수 없음. 빅히트(및 계열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아티스트 및 연습생은 191명

-해외시장 불확실성 
빅히트의 대표 아티스트 BTS는 해외시장에서 많은 팬덤을 확보한 상황. 빅히트의 지난해 기준 해외매출 비중은 42.4%로 매우 높음. 하지만 해외 환경 변화, 아티스트에 대한 선호도 변화 등에 따라 해외매출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도

-신규사업 실패 가능성
BTS 등 잘나가는 아티스트들을 활용한 2차 콘텐츠를 생산 중. BTS관련 커뮤니티 위버스, 위버스샵에서 파는 굿즈 등이 대표적. 하지만 해당 사업이 예상보다 잘 안 될 수도 있음

-지분인수, 합작투자 등 전략적 투자 성과 불확실성
2018년 CJ ENM과 합작투자해 설립한 빌리프랩, YG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와이지플러스, 이번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해 인수할 미국 매니지먼트사 이타카 홀딩스 등 각종 투자에 대한 성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음 

③ 유상증자로 확보한 돈, 어디에다 쓰나 

빅히트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 예정인 4400억원 가운데 2500억원은 채무상환에, 1900억원은 운영자금에 사용한다고 밝혔는데요. 빚 갚는데 쓴다고 하니 어딘가 회사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답니다. 

1) 채무상환자금 

빅히트가 사용하겠다고 밝힌 채무상환은 정확히 말하면 미국 매니지먼트사 이타카홀딩스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이에요. 인수가 먼저 이뤄지고, 유상증자 대금은 나중에 들어오니까 일단 금융회사에게 돈을 빌려서 쓰고, 나중에 증자 대금이 들어오면 갚는다는 뜻이에요.

이런 내용을 설명하는 문구는 증권신고서에도 등장해요. 

당사(빅히트)는 당초 상기 기업(이타카홀딩스) 인수 관련 인수대금 지급일을 2021년 6월 중순으로 예상했으나 인수협상과정에서 인수대금의 납입일정이 단축(2021년 5월 3일 예정)돼 불가피하게 금융기관 차입을 통한 조달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빅히트가 인수하려는 이타카홀딩스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등 유명 가수들이 속해있는 곳. 먼저 그림을 보실까요.

꽤 복잡하죠? 하나씩 살펴보면, 빅히트는 미국법인 빅히트아메리카(Big Hit America Inc.)를 가지고 있어요. 또 빅히트아메리카는 지난달 BH Odyssey(이하 BH)란 회사를 만들었어요. 이 회사는 이타카홀딩스와 합병하기 위한 서류상회사(페이퍼컴퍼니).

BH는 이타카홀딩스를 역합병할 예정인데요. 즉 인수 주체인 BH가 소멸하고 인수대상 회사인 이타카홀딩스가 남는 방식. 역합병이 끝나면 이타카홀딩스는 빅히트아메리카의 자회사가 되죠. 결국 '빅히트빅히트아메리카이타카홀딩스'로 이어지는 구조가 되는 것.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해요.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하는 주인공은 빅히트가 아니라 빅히트아메리카. 따라서 빅히트가 빅히트아메리카에 이타카홀딩스 인수 자금을 전달해야 해요. 

이를 위해 빅히트는 빅히트아메리카가 진행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950만주(1조728억원)를 사들일 예정(대금납일일 4월 28일). 빅히트는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은행에 4500억원을 빌려요(나머지 돈은 회사 보유자금으로 충당). 

▷관련공시: 빅히트 4월 2일 유상증자결정(종속회사의 주요 경영사항)

▷관련공시: 빅히트 4월 2일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

이후 빅히트아메리카는 BH가 이타카홀딩스를 역합병하는 과정에서 이타카홀딩스 기존 주주들에게 합병대가를 지불해야하는데요. 이때 빅히트로부터 받은 유상증자대금 1조728억원, 자신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리는 1129억원을 사용할 예정. 

빅히트는 빅히트아메리카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리는 돈 1129억원에 대한 채무보증과 '빅히트아메리카-이타카홀딩스' 간의 합병에 대한 보증도 설 예정이에요. 자회사의 자산이 많지 않을 땐 재무구조가 건전한 모회사가 보증을 서기도 해요. 

쉽게 말하면 빅히트라는 부모가 미국에 사는 자녀(빅히트아메리카)의 사업자금(이타카홀딩스 인수)을 책임져 주고, 보증까지 서주는 셈이죠.

이 작업을 마무리하면 '빅히트빅히트아메리카이타카홀딩스' 구조가 완성이 되죠. 

그런데 앞서 빅히트가 빅히트아메리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 4500억원이 남아있죠. 이 가운데 2500억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돈(6월9일 입금)이 들어오면 갚을 예정이에요. 나머지 빌린 돈은 나중에 돈을 벌어서 갚을 계획.

2) 회사 운영자금

빅히트는 유상증자에 앞서 음악관련 사업부문을 떼서 빅히트뮤직을 신설하는 물적분할(떼어낸 사업을 100% 자회사로 두는 방식)도 진행할 예정. 또 비상장회사 하이브아이피, 하이브쓰리식스티를 합병하는 흡수합병도 할 예정이에요. 

물적분할해 자회사 빅히트뮤직을 설립하고, 하이브아이피 등 자회사 흡수합병으로 규모가 커진 빅히트는 유상증자로 확보할 자금 1899억원을 오프라인콘서트, 소속 아티스트 관련 뮤지엄 운영에 사용할 계획. 

다만 이타카홀딩스 인수에 쓸 금융기관 차입금이 원활하게 조달되지 못한다면 운영자금을 인수대금에 사용할 수도 있어요. 자금사용 목적이 바뀌면 당연히 정정공시가 올라온답니다. 

④ 주요 일정 체크!

마지막으로 빅히트 유상증자 관련 투자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주요 일정을 알아볼게요.

-4월 14일: 1차 발행가액 확정 
현재 예정 발행가액은 19만7500원. 이건 유상증자를 결정할 당시 주가흐름을 반영한 임시가격. 추후 바뀐 주가를 반영해 1차 발행가액을 확정해요. 주가가 떨어지면 1차 발행가액도 내려갈 수 있어요. 다만 이번 유상증자 발표 이후 빅히트의 주가는 오름세.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1차 발행가액도 높아지겠죠.

-4월 19일: 신주배정기준일
유상증자에 참여 가능한 주주명단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기준점이 되는 날. 이날까지 주식을 가진 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어요. 주식매수는 매수버튼을 누르고 이틀 뒤 결제 완료인 만큼 최소 이틀 전에는 빅히트 주식을 사야 유상증자 청약 자격이 있어요. 19일은 월요일이니 주말을 제외하고 4월 15일까지 빅히트 주식을 사야겠죠.

-4월 16일: 권리락
유상증자 참여가 가능한 4월 15일까지 주식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없어요.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저렴하게 주식을 확보할 수 있는데 유상증자 참여 권리가 사라져 버린 것이죠. 따라서 일종의 보상 차원에서 16일에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떨어트린 다음 거래를 시작해요. 이를 권리락이라고 해요.

-4월 28일: 신주배정통지
신주배정기준일에 주식을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나 빅히트 유상증자 참여 권리(신주인수권증서)가 나와요. 내가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몇 주의 신주를 청약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5월 6일~12일: 신주인수권증서 거래
"나는 빅히트 유상증자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하는 기존 주주들은 신주인수권증서를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어요. 반대로 4월 15일까지 빅히트 주식을 사지 못해 유상증자 참여 자격을 확보하지 못한 투자자라도 이 기간에 신주인수권증서를 매수하면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어요.

-5월 27일: 확정 발행가액 결정
빅히트 신주 1주를 얼마에 살 수 있는지 최종 가격이 결정되는 날. 2차 발행가액을 산정하는 날이기도 해요. 1차 발행가액과 2차 발행가액을 비교해 낮은 금액을 최종 가격으로 정해져요. 

-6월 1일~2일: 기존 주주 청약 날
신주배정기준일까지 주식을 보유했거나, 5월 6~12일 사이에 신주인수권증서를 매입한 사람들이 유상증자 청약을 하는 날이에요. 참고로 이번 빅히트 청약에는 우리사주조합 배정 물량이 없답니다. 유상증자로 찍어내는 신주 100%를 기존 주주들이 배정받을 수 있어요. 

-6월 4일~6월 7일: 일반 공모청약 날
6월 1~2일 다 팔지 못하고 남은 실권주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파는 날이에요. 

-6월 9일: 환불일
유상증자 청약은 증거금을 100%(청약주식수×발행가액) 내는데요. 따라서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 기준 유상증자 비율에 따라 청약을 했다면 추가로 내야할 돈은 없어요. 다만 초과청약(보유한 주식 수보다 더 많은 신주를 청약했을 경우)을 했는데 경쟁률이 높아서 추가로 신주를 배정받지 못했거나 실권주에 청약한 일반투자자들이 경쟁률이 높아 신주를 배정받지 못하면 환불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요.

-6월 22일: 신주 상장일
유상증자 청약으로 배정받은 주식을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어요. 

추가 포인트:)

빅히트는 유상증자결정 공시를 낸 4월 2일 같은 제목의 유상증자결정 공시를 하나 더  발표했는데요. 바로 신주 86만3209주를 찍어내 자금 1818억원을 확보하는 내용의 유상증자 공시.

▷관련공시: 빅히트 4월 2일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

아니! 앞서 4400억원을 확보하는 유상증자는 뭐고, 1818억원 유상증자는 뭔지 궁금하신 분들 계실 텐데요.

1818억원을 확보하는 유상증자는 제3자 배정증자 방식으로 진행. 즉 신주를 팔 대상이 이미 정해져있다는 뜻. 86만3209주를 사갈 사람은 이타카 홀딩스 운영자 및 소속 가수들. 스콧 브라운 이타카홀딩스 대표, 스콧 보세타 빅머신 레이블(이타카 홀딩스 자회사)대표 등과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도 유상증자에 참여해요. 

이들이 사가는 신주 86만3209주는 일정 기간 팔지 못하는 '보호예수' 조건이 붙어 상장(6월 30일) 이후 1년 간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어요. 아리아나 그란데와 저스틴 비버를 빅히트 주주총회에서 볼 수 있을까요?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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