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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한 ESG 등급…회색빛 빼려면

  • 2021.06.11(금) 07:00

[ESG 감별사②]
국내·외 ESG 평가사 등급 산출 '제각각'  
분류 체계 표준화·공시 의무 등이 대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투자 척도다. 그러나 자본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등급 평가 체계와 상품 인증 기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ESG 시대를 맞아 산적한 과제들을 정리하고 그 해결책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ESG 상품이 봇물을 이루면서 위장상품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 일찍이 비재무적 가치 측정을 시작한 금융 선진국의 평가 잣대도 모두 제각각이어서 기업은 물론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단일화된 평가 분류 체계 마련과 함께 공시 의무화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혁신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적절한 수준의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외 평가 등급 체계 다 달라

현재 국내 ESG 평가기관들이 상장기업의 ESG 등급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 다르다. 

국내에선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가 대표적인 ESG 평가기관이다. 지배구조원은 2003년부터 지배구조 평가를 시작해 2010년대 들어 환경과 사회적 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서스틴베스트도 2006년부터 ESG 평가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두 기관 모두 매년 10월 기업들의 ESG 요소를 정기적으로 산출해 평가하고 있는데 대상 기업은 물론 평가 항목에서도 차이가 있다. 

우선 평가 대상을 보면 지배구조원은 유가증권시장을 비롯해 코스닥150 편입 기업,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등을 아우르면서 지난해 918개사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52주 평균 시가총액 상위 800개사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에는 999개사가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평가 항목도 상이하다. ESG 중 E에 해당하는 환경 요소의 경우 지배구조원은 환경 경영 및 성과, 이해 관계자 대응 등 총 3개 카테고리로 분류해 평가한다. 서스틴베스트는 혁신활동과 생산공정, 공급망 관리, 고객 관리 등 4개 항목이 기준이다. 

사회(S)와 지배구조(G) 평가 체계도 다르다. G의 경우 지배구조원은 주주권리 보호와 이사회 등을 포함해 4개의 대분류로 나누고 있고, 여기에 금융회사 지배구조 평가를 따로 분리해 총 7개 항목을 토대로 등급을 매긴다.

서스틴베스트는 주주권리와 정보의 투명성, 이사회 구성과 활동 등 총 6개 카테고리 아래 18개의 소분류 항목을 적용해 평가한다. S의 경우 항목 수는 각각 4개로 양사가 동일하지만 평가 기준은 각기 다르다.

평가 절차를 보면 두 회사 모두 자체 개발한 평가모형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 지배구조원은 상장사 사업보고서와 지속가능성 관련 보고서 및 기사, 미디어 자료 등을 취합해 추가로 활용한다. 

서스틴베스트는 전기에 실시한 평가에 대한 사후 점검과 산업별 ESG 이슈 분석, 데이터 접근성 수준에 대한 검토 등을 시작점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해외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1980년대 후반 창립해 1990년부터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지수화하기 시작한 미국의 킨더 리덴버그 도미니( Kinder Lydenberg Domini & Co.)와 기업의 환경문제 대응 능력에 중점을 두고 등급을 매기는 이노베스트 전략가치 자문사(Innovest Strategic Value Advisors Inc.)도 평가 체계가 제각각인 건 마찬가지다.

시장 혼란…공시 의무화·규제 필요

문제는 ESG 평가기준이 다 다르다 보니 기업은 물론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면서 봇물처럼 쏟아지는 ESG 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선 그 대안으로 평가 항목의 단일화와 공시 의무화 등을 제시한다.

지난달 말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을 비롯해 탄소 공개 프로젝트(CDP), 기후정보공개표준화위원회(CDSB),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등 5개 기관에 ESG 공시 기준안 마련을 위한 협업을 권고했다. 중요도 측면에서 우선순위에 있는 환경 공시 기준도 도입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공시 의무화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와 공동으로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ESG 등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책임투자는 확대되고 있는데 기업의 정보공개가 그만큼 활발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통해 2025년까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활용한 자율공시를 활성화하고, 2030년까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2030년 이후에는 모든 상장사로 확대한다.

다만 단일화된 평가 분류 체계가 없으면 공시에 대한 해석도 분분할 수밖에 없는 만큼 표준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ESG 활동에 대한 의무 공시가 도입되더라도 공시 기준에 대한 객관성과 일관성이 없으면 평가 결과가 분산될 소지가 높다"면서 "국내에서도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해 공식화된 분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평가사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과도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 등을 방지할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유럽증권시장감독청이 올해 초 잠재적 이해상충과 불완전판매 문제를 해결하려면 평가기관을 규율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지금은 ESG 평가방법론이 진화 중인 만큼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율 마련이 요구된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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