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이 대세다. 투자유치, 수주 등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많은 기업과 금융사들이 핵심 경영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ESG 경영은 금융투자, 스타트업 육성, 제품 개발 등 실질적인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녹아들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다양한 ESG 경영활동이 이뤄지는 현장을 발굴해 공유함으로써 ESG경영 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 [편집자]
편의점에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타 업계에 비해 더욱 중요한 요소다. 사업 구조상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어렵고, 가치소비에 민감한 젊은 층이 주요 고객이어서다.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해 이미지를 높인다면 더 많은 고객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 그러지 못하면 외면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븐일레븐은 '성실하게'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미래 10년을 위한 ESG 경영'을 선포했다. ▲친환경 가치 ▲사회적 가치 ▲투명한 기업 경영 및 지배구조 수립을 목표로 분야별 캐치프레이즈를 선정했다. 이를 본사는 물론 가맹점주, 협력사도 적극 실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급진적인 변화보다 협력을 통해 모든 구성원이 함께 ESG 목표에 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비즈니스워치는 이러한 세븐일레븐의 ESG 경영을 이끌고 있는 문대우 경영전략부문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 부문장은 롯데백화점과 롯데지주에서 영업, 지원 등 다방면의 경험을 쌓아 온 현장형 인사다. 지난 1월 세븐일레븐 ESG 경영 TFT 발족과 함께 첫 리더로 선임됐다.
ESG, 지속 성장 위한 핵심 요소
문 부문장은 ESG를 지속 가능한 기업의 필수요소라고 강조했다. 특히 편의점에게 더욱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편의점은 수많은 경영주, 협력업체와 사업을 진행한다. ESG 요소를 도입한다면 이들과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 고객들도 전국 각지의 점포에서 ESG 가치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다.
세븐일레븐의 첫 번째 목표는 상품 유통 과정에 ESG 가치를 담는 것이다.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빨대 없는 컵커피 PB(자체브랜드) 상품을 개발했다. 친환경 PLA 용기를 활용한 간편식, 무라벨 생수 '얼쑤얼수(水)' 출시도 이어졌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라스트오더’ 서비스, 플라스틱 자원 선순환을 위한 '순환자원 회수로봇'도 도입됐다.
사회적 가치와 기업 내부 개선에도 열중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전국 8100여 개 점포에서 '아동안전지킴이집'을 운영한다. 본사는 경찰청과 함께 아동 학대를 예방하는 '도담도담 캠페인'을 전개하며 힘을 보탰다. 현장에서의 준법경영 실천, 열린 조직문화 등을 위한 '리스펙트 7 캠페인'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문 부문장은 "ESG는 기업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기업 활동 전반에 ESG 가치를 반영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동참해 고객·경영주·파트너사 모두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변신 모멘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속도'보다 '방향' 중요
문 부문장은 ESG 요소 도입의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SG는 아직 명확한 평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급진적인 ESG 도입이라는 구호에만 매몰되어선 안 된다는 의견이다. 실제 올 초 많은 기업들은 대규모 ESG 투자를 위한 '녹색채권' 발행에 나서 흥행몰이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채권에 담긴 메시지와 목표가 모호하고, 자금 사용처 감독이 어렵다는 논란이 일었다.
그는 "ESG 트렌드가 빠르게 번지며 기대감도 높아졌고, 급진적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며 "많은 경영주, 협력업체와 함께 일하는 편의점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규모 직접 투자에 앞서 현재 진행되는 사업과 과제 내 ESG 목표를 적용하는 등 효율적 방식을 채택해야 부작용과 반발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관점 아래 진행되는 세븐일레븐의 ESG 경영 핵심에는 경영주가 있다. 경영주는 소비자에게 ESG 가치를 알리는 최전방을 담당한다. 더불어 ESG 경영이 도입되면 직접적 수혜를 입는 이중적 위치에 있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경영주와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소통간담회'를 매 분기 진행하고 있다. 경영주와 중소 파트너사를 지원하기 위한 동반성장 펀드도 조성했으며, 동반성장 아카데미 등 상시 소통 채널도 마련했다. 올해 들어선 점포 운영시스템 선진화, 노무상담 등의 복지를 경영주에 제공했다.
문 부문장은 "ESG 경영은 보통 고객과 사회를 위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편의점은 다양한 내부 구성원들이 공존하고 있어 기업 내적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며 "ESG 경영 최전선에 있는 경영주들을 위한 다방면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본사를 믿을 수 있도록 투명성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 신뢰할 수 있는 세븐일레븐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버넌스 신뢰도 높여야
그는 편의점이 유통업계 ESG 트렌드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편의점은 코로나19 이후 일상 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택배·중고거래 등 시장으로 영역을 이미 넓혔다. 근거리 배송이 이커머스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른 이후 전국에 퍼져 있는 점포가 소형 물류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렇듯 각 점포 기능이 강화되며 더욱 많은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문 부문장은 신중한 ESG 경영 실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SG 트렌드가 떠오르기 이전에도 많은 기업들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용어로 환경, 사회공헌에 힘써 왔다. 실제로 환경 분야에서는 다양한 성과가 있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그린워싱'과 같이 과장되거나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사례도 다수 나타났다. ESG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이를 고려해 ESG 경영 실천 과정에서 선을 넘는 상황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기 목표로는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 강화를 꼽았다. 과거 소비자들은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에 집중했다. 다소간의 논란도 좋은 상품과 서비스만 있다면 극복할 수 있었다. 경영주와 협력업체들은 매출이 잘 나오는 것이 지상 목표였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들어 기업 경영진의 윤리 의식과 지배구조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시장 주요 기업에게는 더욱 높은 윤리 수준을 요구한다.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성장성 저해에 따른 투자 위축 등 실질적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 이에 고객은 물론 모든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의 ESG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문 부문장은 "세븐일레븐은 고객·경영주·파트너사에게 도움 받으며 성장해 왔다"며 "모든 ESG 관련 과제를 당장 해결하진 못하겠지만, 단계적으로 끝까지 수행해 모두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