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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견제하는 행동주의 펀드, 광폭 행보 이어간다

  • 2022.12.14(수) 09:00

태광산업 흥국생명 자금 지원에 트러스톤 반기
행동주의 펀드, 에스엠·KT&G에도 적극 목소리

올해 들어 주식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보유 지분은 크지 않지만 에스엠, BYC 등 굵직한 상장사를 굴복시키는 등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이전보다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두고 행동주의 펀드와 태광그룹이 팽팽한 기 싸움을 펼치고 있다.

태광산업이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내리겠다며 유증 참여 의지를 내비친 반면 태광산업의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본업과 관계없는 지분투자로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며 반기를 들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트러스톤, 태광산업에 "유증 참여하지 마라" 경고장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건을 검토 중이다. 당초 13일 이사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의결한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졌지만, 회사 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이사회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태광산업 관계자는 "여력이 있는 한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의 유상증자는 2017년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콜옵션) 이슈에서 비롯됐다.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4000억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도하고 나머지 자금은 계열사 지원을 받아 고비를 넘겼지만, RP 만기가 1년 후 돌아오는 탓에 여전히 자금 확보가 과제로 남아있다.

흥국생명이 4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증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이 가운데 계열사 태광산업이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태광산업의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인 조진환 대표와 정철현 대표, 사외이사인 김대근 이사, 나정인 이사, 최원준 이사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안건은 상법상 자기거래에 해당해 이사 5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해야한다.
 
이에 태광산업 지분 6.05%를 쥐고 있는 트러스톤이 반기를 들었다. 트러스톤은 13일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트러스톤이 지적하는 부분은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주주가 아니라는 점이다. 태광그룹이란 기업집단 소속이긴 하나 두 회사간 지분관계는 없다.

대신 두 회사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엮여있다.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 지분 56.3%를 보유하고 있다. 흥국생명의 나머지 지분도 이 전 회장 일가와 대한화섬 등 관계사가 갖고 있다.

이 전 회장은 또한 태광산업의 지분 29.48%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가와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은 54.53%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의 지분을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결국 태광산업의 유증 참여가 이 전 회장 등 대주주의 책임을 태광산업 주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트러스톤은 내용증명을 통해 이번 유상증자가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에 따라 금지되는 신용공여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해당 규정은 상장회사가 지분 10% 이상을 소유한 주요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자금 지원 성격의 증권 매입을 금지하고 있다.

트러스톤은 흥국생명이 태광산업의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므로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에 자금을 지원하기위해 유증에 참여할 경우 신용공여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유증 참여가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트러스톤은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이번 유증을 찬성한 이사는 상법 제624조의2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라며 "상법 제634조의3에 따라 태광산업 또한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 경우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등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러스톤의 태광산업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주식 유동성 확대와 배당성향 상향을 요구한 바 있다. 

지분율은 낮아도...'종횡무진' 행동주의 펀드

최근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자산운용사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우선 트러스톤은 태광산업뿐 아니라 BYC에 대해 내부거래 대부분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러한 의혹을 검토하기 위해 이사회 회의록·회계장부 열람권을 따냈다. 

이밖에 싱가포르계 사모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은 KT&G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 인적분할을 요구했다. 이들은 KT&G에 대해 각각 1% 내외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에스엠에 대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에스엠과 얼라인파트너스는 올해 3월 주총에서 감사 선임을 두고 표 대결을 펼쳤고,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곽준호 감사가 신규 선임됐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지속적인 공세에 결국 에스엠은 백기를 들었다. 공시를 통해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가 보유 중인 에스엠 지분율 1.1%다.

이들의 향후 움직임에 이목이 쏠린다.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KT&G측에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 얼라인파트너스 역시 내부거래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를 이어가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 관계자는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에스엠브랜드마케팅과의 거래 관계를 주시하고 있다"며 "또 다른 거버넌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주주들의 경영참여 의식이 예전보다 높아지면서 주주 행동주의가 꽃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현재는 1조원 안팎인 행동주의 펀드 수탁고가 미국처럼 헤지펀드의 20% 수준으로 성장하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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