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직후 다양한 신용 보강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종의 대출인 크레딧라인(신용공여)을 1000억원가량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동시에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조건을 변경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제안한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러한 행보가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로 넘긴 가운데 등급강등 사전 인지에 대한 진실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에 지난 2월25일 오후 단기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떨어진다는 예비평가 결과를 전달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바로 다음날인 26일 재심사를 신청했다.
홈플러스가 재심을 요청하면서 제안한 방안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의 상환조건을 변경해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하는 안이다. RCPS는 일정 조건에 따라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발행사에게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가치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마련할 수 있고, 반대로 기업가치가 좋아지지 않으면 발행사에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RCPS는 상환의무가 있는 상태에선 부채로 인식하지만, 보통주로 전환하면 자본으로 분류한다. 해당 RCPS는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투자가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MBK파트너스 자의로만 상환조건을 바꿔 자본으로 인식하게 한 것이다. 이에따라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을 982.7%에서 425.9%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됐다.
두 번째는 △GP인 MBK파트너스가 1000억원 한도의 크레딧라인을 홈플러스에게 제공하는 안이다. 홈플러스가 해당 한도내에서 자금을 요청하면 MBK가 조달해주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방식이다. 통상 GP가 자금을 투입하는 일은 흔치않지만, MBK파트너스는 유한책임회사로서 자체 신용을 통해 차입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당시 다른 신평사인 한국신용평가에도 동일한 내용을 전달했다. 한신평은 예비결과를 통보하지 않아 재심 절차는 따로 없었지만 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 계획안을 제출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기평과 한신평은 28일 정기평가 보고서를 통해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을 최종적으로 A3-로 한 단계 낮췄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같은 제안을 한 사실을 두고 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만일 회생을 미리 계획했다면 예비 평가 등급이 떨어졌다고 했을 때 크레딧라인을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등급 하락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예비 통보를 받은 이후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사태에서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을 조사해왔다. 그간 신용평가사들과 ABCP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들은 홈플러스가 사전에 등급 하락을 인지했다고 주장해왔다.
당국은 특히 어느정도 혐의를 파악했다는 신호를 시장에 비쳐왔다. 금감원은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 기업회생 준비 시점과 관련해 MBK파트너스의 그간 주장과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고 공개한데 이어,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10일 기자들과 만나 홈플러스 사태 조사 및 검사와 관련해 "유의미한 사실 관계가 파악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1일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경영진을 증권선물위원장과의 협의를 통해 패스트트랙으로 검찰로 이첩했다.
검찰 수사는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의 등급 하락 사전 인지 여부를 확실히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회생절차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고,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지 않았음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