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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상법 개정 한마디.." 이재명 요청에 끝내 침묵한 서유석 회장

  • 2025.04.23(수) 07:30

21일 이재명 후보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간담회' 참석
상법 개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핵심이라 강조
금투협에 입장 요구했지만 서 협회장 끝내 입장 안 밝혀

금투협도 그렇고, 이번에 상법 개정에 대해 아무 말씀도 없으세요? 금투협도 이럴 때 한마디 하셔야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2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향해 던진 말이다. 이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결국 지난 17일 국회는 다시 상법 개정안 재표결을 의결했지만 의결정족수 200석을 넘지 못해 부결(폐기)됐다.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사진=최성준 기자 csj@

이재명 후보는 "지배주주의 횡포가 줄어들고 비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줄어들 것"이라며 상법 개정의 조속한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에 상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러나 서유석 회장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서유석 회장은 상법에 대한 언급 없이 배당소득세 인하 필요성만 강조했다. 그는 "대주주가 배당을 결정해도 자신이 받는 세금이 49.5%에 달하니 배당 확대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상법 개정에 대한 질문에 앞서 국내 기업의 배당 성향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이에 대한 답변만 한 것이다.

배당세제 문제는 자본시장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이슈다. 대주주가 기업 경영을 하는 국내 현실에서 기업의 유보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려면 세제 유인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단체들도 배당소득세 완화를 언급하고 있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 이재명 후보의 핵심 질문은 '배당정책'이 아니라 '상법 개정'이었다. 서 회장은 대주주가 혜택을 볼 수 있는 배당세제에 대해선 적극적 입장을 펼쳤지만, 상법 개정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치적 부담을 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는 금융투자업계를 대변하는 단체로 자본시장 발전을 목표로 삼은 조직이다. 그동안 퇴직연금, 공모주 시장, 공모펀드 제도 등 여러 분야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해왔다. 지난해 여야의 의견이 달랐던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서도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폐지 목소리를 내온 바 있다. 그러나 상법 개정처럼 자본시장 구조에 근본 변화를 줄 수 있는 핵심 이슈 앞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물론 상법 개정은 여전히 많은 의견이 대립하는 쟁점이어서 의견을 내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도 있다. 상법 개정이 기업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재계의 반발,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금융위원회의 의견까지 여러 논란이 뒤엉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회가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 발전을 목표로 하는 곳이라면 찬성이든 반대든, 또는 어떤 대안이 시장과 업계에 이익을 줄 수 있을지 판단해 명확한 입장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오히려 서 회장을 대신해 전문가들이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본시장을 '파이프'에 비유하며 "아무리 수압을 높여도 누수가 있다면 물이 전달되지 않는다"면서 상법 개정과 밸류업 정책을 통한 '누수 차단'을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멍을 메꾸지 않는다면 자본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증권가 분석가(애널리스트)들도 상법 개정이 가져올 긍정적 변화를 보고서에 담았다. 

그러나 협회는 업계의 의견을 모을 생각도, 대변할 의지도 없는 분위기다. 서유석 회장이 이재명 후보의 질문에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은 상황에서 재차 협회 측에 상법 개정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으나 "입장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금융투자협회가 내건 사명(Mission)은 "우리는 금융투자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생태계를 조성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한다"이다. 침묵은 어떠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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