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사태로 점화된 기업 자본조달과 관련한 제도 개정 필요성을 검토 중이다. 대규모 유상증자나 중복상장으로 일반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되면서다. 다만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상법 개정안은 여전히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입장을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1일 서울 정부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SK엔무브 중복상장 등 최근 문제가 불거진 기업들의 자본조달 이슈와 관련해 "당장 무엇을 하겠다고 결정한 건 없지만 피해자나 일반주주 보호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도개선이 필요한지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기업이 유상증자할 때 어떤 조건하에서 이슈가 생길 수 있는데 그 부분도 계속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2차 정정요구를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3조6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직전 한화오션 지분매입이 그룹 승계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주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후 금감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은 기업은 유상증자 규모를 대폭 줄이고 한화오션 지분매입에 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재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 유상증자에 제동이 걸렸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도 중복상장 비판에 직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1년 SKIET를 분할해 상장시킨데 이어, SK온과 SK엔무브도 계속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 계획을 보완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김 부위원장은 중복상장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괜찮은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의견이 있어 저희가 한마디로 어떻게 하겠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금융위는 이사의 충실의무에 회사 뿐아니라 주주를 추가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선 여전히 반대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최근 국회 재표결 끝에 폐기된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다시 해야 한다"며 재추진 의지를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소송 제기가 많아지다 보면 일상적인 영업활동까지 전부 소송 대상이 되고 배임죄도 적용받을 수 있다"며 "여러가지 불확실성이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일단 자본시장법에서만 먼저 해보자는 얘기를 했고, 상법개정은 현재 부작용을 없애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DM) 워칭리스트 등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MSCI에서 미흡사항 자료를 이전에 받았다"며 "대부분 큰 무리 없이 (개선이) 진행되는 상황인데 1~2개정도는 미흡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자세히 보고하겠다"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은 공매도 재개 이후 외국인 순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작년에는 외국인 등록제 폐지 등을 시행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왔었는데, 경제상황이 안좋아지다보니 많이 빠져나간 상태"라며 "기본적으로 공매도와는 상관없이 전반적인 경제상황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경제상황이 나아지면 (공매도 재개가) 확실히 효과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