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이나가키 아유미 라인 플래닝팀 매니저의 말이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가입자 수가 단기간에 3억명을 돌파했다. 2011년 6월 일본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6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3억명 돌파에 5년 8개월이 걸린 페이스북보다 빠른 속도다.
지금 추세라면 조만간 미국 왓츠앱 가입자수를 추월해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톱3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가입자 수 기준으로 보면 미국 페이스북 12억명, 중국 위챗 4억7000만명, 미국 왓츠앱 3억5000명(실사용자 기준), 라인 3억명을 기록중이다.
특히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업체가 글로벌 상위권을 기록한 적은 있어도 서비스업체 사례는 매우 드물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라인은 어떻게해서 글로벌 돌풍을 일으킨 것일까.
◇끈기와 절박함 '실패도 교훈이다'
네이버는 지난 2001년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해 네이버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 시장에서 야후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2005년 철수했다. 이후 네이버는 검색엔진 업체 첫눈을 인수하면서 검색 기술력을 높여, 2009년 일본 시장에 재도전했다. 콘텐츠 확보를 위해 2011년 일본 포털사이트 라이브도어를 인수하기도 했다. 역시 큰 수익을 내진 못했다.
네이버는 이렇다할 성공사례가 없어 고심이 컸던 와중 2011년 6월 첫눈 개발진들이 만든 라인으로 일본에서 대박을 쳤다. 2011년 일본 대지진 속에서도 한국으로 철수하지 않고 남아 있던 직원들이 편리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든 것이 라인이다. 라인 브랜드가 인기를 끌자 회사 이름도 NHN재팬에서 라인주식회사로 바꿨다.
비록 라인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서비스 개시도 2년여 밖에 되진 않지만, 라인을 만들기까지는 지난 10여년간 일본에서 실패와 교훈얻기를 반복한 네이버의 숨은 노력이 밑바탕이 된 셈이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도 "일본에서 노력하다가 지진까지 와서 공포감도 있었는데 끝까지 남아서 밤새워 만든게 라인이다"면서 "드라마틱하다. 마지막 절박함이 있을 때 성공한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 감각적 콘텐츠'
라인은 일본에서의 성공(가입자 6000만명)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에 눈을 떴다. 하지만 처음부터 거대시장 미국이나 중국을 목표하지 않았다. 페이스북과 위챗에 직접 맞서기 보단 신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시장도 마찬가지다. 글로벌로 보면 한국은 가입자수도 미미한데다 카카오톡의 아성이 강하다. 굳이 한국시장에 돈을 투자해 치열하게 싸울 필요가 없는 셈이다.
라인은 우선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을 공략했다. 특히 대만은 중화권이면서도 중국과 적대관계를 보이고 있어 중국 위챗이 자리잡기엔 쉽지 않은 구조다. 라인에 따르면 가입자를 1000만명 이상 확보한 국가는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스페인, 인도 등 6개국으로 대부분이 아시아권이다.
라인은 아시아권에서 자신감을 얻자 유럽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마케팅 집중 국가는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은 유럽이면서도 남미 국가들과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유럽뿐만 아니라 남미로도 진출할 수 있는 통로라 생각했다. 이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은 적중했다. 최근 스페인, 멕시코 등 스페인어권에서 꾸준히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고 터키,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지역에서도 신규 가입자들이 늘고 있다.
이와함께 라인은 감각적인 콘텐츠 전략으로도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모리카와 아키라 라인 대표는 "라인이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한 메시징 앱과는 달리 풍부한 감정표현이 가능한 스티커 메시지와 언제든지 간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음성·영상통화 기능, 라인게임 등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내는 툴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현지어 지원 및 현지 유명인사를 활용한 한정판 스티커를 제공하는 등 마케팅활동을 통해 현지 진출 3개월만에 이용자 10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라인은 올 연말까지 인도에서 2000만명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각 지역에 특화된 프로모션을 펼치고 현지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와도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경없는 IT 서비스
라인 주식회사는 네이버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하지만 초기 일본 시장을 겨냥했던 만큼 철저하게 현지화를 이루고 있다. 이해진 의장이 일본 현지에서 열의를 쏟고 있지만 라인 대표도 일본인 경영자를 내세웠다. 1000여명에 이르는 직원 대부분이 일본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라인이 일본 서비스로 인식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네이버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면서 "때문에 라인이 일본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플러스 요인이 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IT 세계에서 어느 나라 기업이 만든 서비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이해진 의장도 '라인이 어느 나라 것이냐'는 질문에 "인터넷 세계에선 원산지가 중요하지 않다"면서 "그 나라 사용자들이 많이 쓰고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