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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미국판 카톡' 인수.. 메신저 시장 뜨거워진다

  • 2014.02.20(목) 14:10

페북, 왓츠앱 20조원 인수..역대최대
"카톡·라인, IPO에 긍정적..서두를 것"

페이스북이 미국의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을 우리 돈으로 무려 20조원에 인수한다. 세계최대 인맥구축서비스(SNS) 페이스북이 급성장하고 있는 메신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라 관련 업계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톡 같은 토종 업체들과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글로벌 SNS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토종 기업들이 IPO 시점을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왓츠앱, 페북과 독립적 운영..큰 변화 없어

 

페이스북은 19일(현지시간) 왓츠앱을 총 190억달러(한화 20조3756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페이스북 역대 최대 인수합병(M&A) 금액이다. 페이스북은 왓츠앱 발행주식 전부를 인수하면서 12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와 40억달러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향후 4년에 걸쳐 왓츠앱 창업자와 임직원에게 30억달러 상당의 페이스북 주식을 제공한다. 인수는 연내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왓츠앱은 페이스북과 별개로 운영되며 왓츠앱 브랜드 자체도 유지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왓츠앱 본사는 이전하지 않을 예정이며, 잰 쿰 왓츠앱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 이사회에 합류할 계획이다. 현재 페이스북도 왓츠앱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통합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왓츠앱이나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당장 체감하는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급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기웃거려왔다. 지난 2012년에는 10억달러를 들여 사진공유 앱 '인스타그램'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메시징 서비스 '스냅챗'을 사들이기 위해 30억달러를 제시했으나 퇴짜 맞은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2012년 봄에 처음으로 왓츠앱에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커버그 CEO는 "왓츠앱이 (페이스북 이용자) 10억명을 이어주는 통로가 될 것"이라면서 "세계가 좀더 개방되고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왓츠앱은 카카오톡이나 라인처럼 스마트폰 기반의 메신저 앱이다. 북미 젊은층 이용자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다만 카카오톡과 라인이 무료인데 반해 왓츠앱은 1년에 1달러 정도 이용료를 받는다. 거의 무료인 셈이지만 왓츠앱이 향후 이용료를 완전 무료로 바꿀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한 목적은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왓츠앱은 미국 16~24세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층 이용자들이 페이스북보다 왓츠앱으로 몰리자 M&A를 통해 잠재적인 경쟁 위험을 없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SNS 경쟁 격화..카톡·라인에 부담

 

지난 2009년에 설립된 왓츠앱은 월간 이용자 수가 4억5000만명에 달하고 이들 가운데 70% 가량이 매일 활발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가입자가 하루에 100만명씩 유입되고 있다. 이 회사는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엔지니어가 주축이 된 조직이다. 공동창업가 잼쿰과 브라이언 액톤은 지난 1997년 야후에서 일하면서 알게 됐다.

 

왓츠앱이 세계최대 SNS 페이스북을 등에 업으면서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당장 카카오톡과 네이버 라인이 부담을 안게 됐다. 글로벌 무대로 서비스를 확대해야 하는데 '페북+왓츠앱'이란 강력한 경쟁자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고공 성장세를 보이던 네이버 주가는 이날 한때 전일대비 7% 이상 고꾸라지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페이스북도 자체적으로 메신저 서비스를 해왔으나 회원들간 소통의 통로 역할에 불과했다"라며 "이번에 인수한 왓츠앱이야말로 라인과 서비스가 비슷한 것이라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되버렸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페이스북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왓츠앱을 사들인 것 자체가 이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선 페이스북을 등에 업은 왓츠앱이 라인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물론 모바일 시장에서 향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나 왓츠앱 이용자 대부분이 단순한 메신저 기능을 선호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훈 KT투자증권 연구원도 "페이스북이 게임 플랫폼 사업에서 강력한 파괴력을 입증한 사례가 현재까지 없었다"라며 "시장 점유율 경쟁 측면에서 라인의 북미 시장 진출이 어려울 수 있겠으나 핵심 사업인 게임측면에서 페북+왓츠앱 연합이 라인만큼 막강한 경쟁력을 가질 것 같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건은 IPO를 앞두고 있는 라인이나 카카오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왓츠앱의 기업가치는 1~2년전만 해도 1조~3조원으로 평가됐으나 현재 인수금액이 20조원에 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시장에서 메신저 플랫폼에 대한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 역시 "글로벌 시장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라인의 IPO 시점이 예상보다 더욱 앞당겨질 수 밖에 없다"라며 "오히려 네이버 주가에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의 지형도가 급속하게 바뀌고 있으나 정작 국내 업체들은 정부 규제 이슈에 발목이 잡혀 변화에 대응이 떨어지고 있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페이스북이나 중국 텐센트 등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시장 재편에 나서고 있으나 국내 업체들은 각종 규제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어 자칫 중요한 타이밍을 놓칠 우려도 있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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