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KT가 업무용 메신저 시장에 진출했다. 업무용 메신저 시장은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도 군침을 흘리는 블루오션이다. 승자독식 구조인 기존 메신저 업계의 틈새 시장이면서 안정적 수익을 얻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자본과 기업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의 진출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 KT "업무용 메신저 1위 할 것"
14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자사 기업용 업무포털 '비즈메카 이지'에 업무용 메신저 기능을 추가하면서 해당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 메신저는 업무에 필요한 조직도 연계와 PC 사용 상태 표시, 자료 공유 등 기본적인 채팅 기능은 물론, 메일·SNS와 연동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비즈메카 이지에 가입된 회사들끼리도 실시간 채팅이 가능하도록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KT는 현재 PC 설치용 버전인 업무용 메신저의 모바일 버전을 이달 말 출시하고, PC 웹 버전은 내달 선보여 국내 1위 업무용 메신저로 성장시킨다는 포부다. PC 설치용은 'exe' 파일처럼 다운로드와 업데이트를 통해 쓰는 형태이고, PC 웹 버전은 다운로드 받지 않아도 최신 버전을 쓸 수 있다. 이런 PC 버전과 모바일이 연동되도록 구성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비즈메카 이지 가입사는 출시 5개월여 만에 9000곳을 넘었으며, 해외 주재원 구성 기업 50여 곳은 외국에서 이용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업무용 메신저 시장도 빠르게 장악해나간다는 전략이다.
KT 관계자는 "국내 넘버원 업무용 메신저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카카오톡, 네이버 라인 등 개인용 메신저와 업무용 메신저의 구분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업무용에 특화한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 KT의 모델과 직원들이 비즈메카 이지의 기능 확대를 소개하고 있다.[사진=KT] |
◇ 떠오르는 업무용 시장
업무용 메신저 시장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블루오션이다.
국내외 메신저 시장은 1위 서비스에 사용자가 몰리는 특성상 후발주자가 당장 어찌해볼 방법이 없지만, 개인용 메신저와 업무용 메신저의 혼용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카톡으로 업무를 지시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정해진 업무 시간 외에는 카톡으로 지시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감을 얻었다.
업무용 메신저는 이런 수요에 더해 메신저를 통한 기업의 정보유출 우려를 줄이는 한편, 업무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매력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업무용 메신저는 기업을 상대로 서비스를 한 번 공급하면 가입자 기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추가 서비스 이용에 따르는 현금도 꾸준히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수익원이다. 국내 업계가 추정하는 업무용 메신저 시장 규모는 올해 640억원 정도다.
글로벌 시장에선 업무용 메신저 사업자들의 각축이 이미 시작됐다.
미국의 '슬랙'은 불과 3년 전인 지난 2013년 8월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기업가치는 4조5700억원에 이른다.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슬랙의 일일활동사용자(DAU)는 4월 현재 270만명 수준이다. 작년 4월 DAU가 75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미친 성장세'라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이에 질세라 구글은 최근 인도 업무용 메신저 '파이'를 인수했고, 세계 최대 SNS 페이스북도 이와 관련 '워크챗' 시범 서비스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시장과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중소기업이 먼저 뛰어들고, 대기업들이 따라 들어가면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이스트소프트와 토스랩 등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각각 '팀업', '잔디' 등 관련 서비스를 내놓아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기존 메신저 강자 카카오는 지난 3월부터 '아지트'를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토스랩의 잔디는 지난 2014년 6월 출시 이후 현재 국내외 6만여 개 기업과 팀이 사용하고 있고 소프트뱅크 벤처스, 퀄컴 벤처스 등으로부터 받은 누적 투자액은 50억원이다. 아울러 이스트소프트의 팀업은 작년 6월 출시돼 현재 800여 개 팀이 쓰고 있는 등 기업 고객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대기업이 스타트업 상권 진출"…우려도
국내 일각에서는 업무용 메신저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생존을 가로막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KT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IT서비스 기업 신세계아이앤씨(I&C)도 지난 4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기업용 협업서비스 '그랩'(GRAP)을 출시했다고 발표하면서 우려감이 번지고 있다.
대기업은 계열사와 협력사 등을 상대로 손쉽게 B2B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위협적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수익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좋은 시그널"이라면서도 "이들이 기존 업무용 메신저와 유사한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자사 협력사를 상대로 영업하면, 경쟁력이 부족한 작은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