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스럽지만 숙명이라 생각하고 헤쳐나가겠습니다.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는 '도전의 DNA'로 살았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중국 게임 시장에 빠르게 진입해 '미르의 전설'이라는 지식재산권(IP)을 대륙에 널리 알렸고, 대기업과 경쟁에 치이던 스타트업(신생 벤처) 카카오에 초기 투자해 약 6년만에 8배의 시세차익을 얻는가 하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도전적 비즈니스 모델 '카카오 게임하기'에도 초기 파트너사로 참여해 모바일 게임 시대를 여는데 기여했다.
도전의 절정은 2019년 말 론칭해 2020년부터 사업 본격화에 나선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다. 당시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할 기업들이 위메이드의 손을 잡았다. 이때 위메이드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고,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과는 클라우드 분야 업무협약을, 삼성전자와는 최신폰 갤럭시S20 시리즈 기반의 '위믹스폰'을 내놨다.
봄날이었다.
이후로 위메이드는 마치 한여름의 숲처럼 뜨겁게 성장하고 태풍 속에 들어서는 등 흥망성쇄를 요란하게 겪는다. 자체 코인을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하며 폭풍 성장했고 '미르4 글로벌', '나이트크로우'와 같은 블록체인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번이나 성공하며 수확의 계절 가을로 접어드는듯 했다. 그런데 이른바 '유통량 논란'에 따라 주요 민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 조치를 받으며 살얼음판 같은 위기에 직면했다. 차가운 시선이 가득한 겨울이었다. 그러다 잇따른 재상장에 성공하며 봄날이 다시 오는 듯했지만 또 넘어졌다. 88억원 규모 위믹스가 해킹으로 탈취되면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로부터 지난달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위메이드는 다시 계절이 확 바뀌는 운명의 시간을 맞닥뜨렸다. 닥사는 이번주 중 위믹스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8일 김석환 위믹스 대표를 만났다. 2020년 6월에 이어 5년 만에 판교 위믹스타워에서 만난 그에게 그동안 소회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김 대표는 "위메이드에는 사업을 소극적, 보수적으로 하는 그런 DNA가 없다"며 "중국 게임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했고 카카오에 초기 투자해 새로운 게임 서비스에 도전했다. 많은 기업들이 규제 리스크로 주저하던 블록체인 게임에 도전하면서 핵심 게임 '미르4'를 키워냈다. 앞으로도 위메이드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가 그동안 국내외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에서 쌓은 성과는 글로벌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국내외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말도 없이 사라졌고 가상자산 거래소만 돈을 벌었다는 지적을 보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위메이드는 상장사임에도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벌였고 살아남았고 성공적 케이스도 남겼다. 김 대표는 "위메이드는 상장사인 까닭에 규제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블록체인 산업에 규제 자체가 없어 결정과 실행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늘 어려운 선택을 하고 입증해야 했고 누구보다 채찍을 먼저 맞았다. 아프고 상처도 많이 남았지만 이를 잘 아물도록 해 성장의 자양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감이 없진 않다. 그래서 '지속 가능성'이 최대 과제가 됐다. 김 대표는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 자체가 너무 '업다운'이 심한 탓에 업계는 마치 오징어게임 같았고 많이 배웠다"면서 "결국 이 시장에선 잘 버티고 기반을 단단히 하고 뿌리를 잘 내린다는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 업사이클이 올 때 성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위믹스 상폐의 칼자루를 쥔 닥사에는 "최선을 다해 충실하고 성실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더이상의 말을 아꼈다.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지 않기 위한 것이다. 또한 시스템 개선을 비롯한 보안 강화와 '바이백'(시장매수)과 같은 수습책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1차 바이백이 완료됐고, 2000만 위믹스 추가매수 계획도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다.
장현국 전 대표가 물러나고 창업자 박관호 의장이 복귀하는 등 위메이드의 리더십 변화에 따라 블록체인 사업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해명을 내놨다. 김 대표는 "초기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할 때는 생존이 목표였고, 미르4와 같은 게임으로 글로벌로 확장하는 시기도 있었다"며 "이제는 지속 가능성이 최우선 순위이고 이를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위믹스 플레이라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고도화를 사업의 중심으로 하면서, 투명한 투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위퍼블릭 등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상반기 중 론칭하고, 위믹스 메인넷을 계속 다듬어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국내 게임 1종, 해외 게임 1종을 위믹스 플레이에 온보딩할 예정이고 이 가운데 하나는 계약이 체결됐다"며 "개발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위믹스 플레이의 인프라 기능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과 각종 스포츠를 결합하는 '위믹스 오픈'과 같은 활동도 계속할 방침이다.

스테이블코인 사업 전략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대표는 "법정 화폐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직접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우선 '위믹스달러'를 빠르게 정상화하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한국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화하는 시점이나 기회가 온다면 컨소시엄 등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저희의 역량을 보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앞으로도 위믹스 국내 홀더 간담회를 정례화하고 글로벌 유저 대상으로도 이를 시작해 투자자 상대로 투명한 소통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위믹스는 글로벌 시장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프로젝트다. 적어도 한국에선 가장 진심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인정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러 풍랑이 들이닥치겠지만 그동안 힘들게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것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입증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위믹스가 한국 프로젝트인 점이 뿌듯하게 느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통스럽지만 숙명이라 생각하고 헤쳐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