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메이드가 지난 2022년 11월 발행한 전환사채(CB)를 3년만에 조기상환했다. 위메이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자 사채권자들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위메이드 CB를 되판 곳 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포함돼있다. 지난 2월말 위믹스 해킹 사태 발생 이후 위메이드 주가가 급락하자 더는 CB를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3년 전 청구서 돌아왔다…709억 들여 재취득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지난 18일 약 709억원 규모의 CB를 장외매수 방식으로 취득했다. 재취득한 CB는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위메이드는 지난 2022년 11월 총 66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투자에는 신한자산운용이 300억원, 마이크로소프트(MS)가 210억원, 키움증권이 150억원 규모로 각각 투자에 참여했다. 주당 전환가액은 4만9498원으로 원래 만기일은 2027년 11월이다.
위메이드가 최초 발행했던 전환사채의 표면이자는 0%, 만기이자는 1%였다. 만기까지 들고 있더라도 이자율은 1%에 불과하다보니 사실상 주식전환 등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셈이다.
위메이드는 CB로 조달한 투자금을 게임·블록체인 플랫폼 사업 관련 개발비, 마케팅비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당시 위메이드는 MS가 2022년 투자한 유일한 아시아 게임회사로 관심을 모았는데, 투자 유치 후 콘솔게임 개발에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가 하락에 일제히 풋옵션 행사
위메이드는 지난해 2월 CB의 만기이자율을 1%에서 8%로 7%포인트 상향했다. 별다른 조건 없이 CB의 만기이자율을 7%포인트 가까이 올리는 일은 드물다. 또한 2025년 3월부터 조기상환청구가 가능하도록 만기 전 상환 조건도 설정했다.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8%에 달하는 이자를 받을 수 있고, 만기 전 조기상환청구를 통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해준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채권자들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잠재적 매도 물량이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했다. 당시 위메이드의 주가는 전환가액(4만9498원)을 크게 웃돌았다. 변경된 계약 체결 직후인 지난해 3월에는 8만원대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위메이드 주가가 급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MS를 비롯한 CB 투자자들은 지난 3월18일부터 한달간 조기상환 청구기간이 도래하자마자 585억원어치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했다. 키움증권이 지난해 75억원 상당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것을 제외한 전액이다.
사채권자들이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한 시기는 위메이드가 위믹스 해킹 건으로 안팎으로 어수선하던 때다. 주가는 3만원 안팎을 오갔다. 결국 주가가 전환가액을 크게 밑돌아 곧바로 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기상환율은 121.21%였으며, 이로써 위메이드는 총 709억원을 들여 CB를 재취득하게 됐다.
위메이드는 "전환사채 조기상환은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위메이드가 투자사들과 협의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CB 조기상환과 별개로 MS와 협력 관계에는 변경이 없다고 밝혔다. '블랙벌처스: 프레이 오브 그리드'와 같은 PC·콘솔 기반 1인칭 슈팅게임(FPS)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CB도 조기상환 유력…위믹스 상폐에 달려
위메이드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CB를 발행했다. 이번 조기상환으로 2022년 발행한 1~3차 CB는 전부 상환했으며, 2023년 9월 SK플래닛을 대상으로 발행한 200억원 상당 CB만 남아 있다. 앞서 SK플래닛은 위메이드와 블록체인 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하고, 지분 교환의 개념으로 위메이드 CB를 인수했다.
당시 SK플래닛은 위메이드 CB를 인수하면서 가상자산 위믹스가 증권에 해당된다고 보거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면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다. 위믹스는 현재 가상자산거래소 자율협의체(DAXA)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상장폐지 효력을 정지하고자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법원이 이를 기각할 경우 SK플래닛은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 CB 발행 당시 위메이드의 전환가액은 3만6742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만기까지 이를 들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