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왓츠앱을 190억달러(한화 20조원)에 인수하면서 글로벌 무대로 세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으나 아시아 시장에서는 토종 업체 벽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JS)은 20일(현지시간) 페이스북과 왓츠앱 연합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이 많은 아시아 시장에서 현지 서비스에 밀려 고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아시아의 인맥구축서비스(SNS) 시장이 PC가 아닌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른바 모바일메시지 서비스인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의 '카카오톡', 중국 텐센트의 '위챗'이 이 지역에서 강세라고 소개했다. 페이스북이 이 시장을 장악하려면 왓츠앱을 통해 3개의 토종 모바일 앱으로부터 이용자를 뺏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3개 앱은 미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시아에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인은 일본, 카카오톡은 한국, 위챗은 중국 시장을 각각 장악하고 있다. 물론 왓츠앱도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나 지난 2년 동안 라인과 카톡, 위챗 역시 이 지역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왓츠앱은 월간 이용자 수가 4억5000만명 규모면에서 아시아 토종 SNS들을 앞서고 있으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라인은 3억5000만명, 위챗은 2억7200만명, 카톡은 1억3300만명이다. 아시아 토종 SNS는 모두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나 게임과 캐릭터 스티커 등으로 매출을 올리면서 수익 모델도 검증받았다. 유료 서비스 기반(1년에 1달러) 왓츠앱이 별다른 수익원이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아시아 SNS들은 모바일 게임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라인은 작년 4분기에 1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대부분 게임에서 벌어들였다. WSJ는 게임 같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신저가 아시아 시장의 새로운 추세라고 소개했다. 과거 SNS 유행은 미국이 선도했으나 최근에는 아시아가 이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SNS들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기세도 만만치 않다. 텐센트에 따르면 위챗은 중국 외에서 1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텐센트는 인도와 스페인, 남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2억달러를 쏟아 붓기도 했다. 한때 텐센트는 왓츠앱을 인수하기 위해 접근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네이버 라인도 '안방'인 일본 보다 외부에서 성공한 사례다. 라인은 일본 외 아시아 이용자수가 전체 85%를 차지한다.
WSJ은 세계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왓츠앱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정부 당국이 체제 안정을 위해 페이스북을 포함한 트위터나 구글 등 해외 인터넷 서비스의 접속을 제한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09년부터 중국 서비스가 차단된 상태다. 비록 왓츠앱을 통해 중국 서비스가 가능하겠으나 현지 서비스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앞서 페이스북은 지난 2012년에 사진 공유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면서 중국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사진 공유앱은 중국에서 비슷한 서비스에 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왓츠앱이 중국 현지 SNS들처럼 '자기 검열'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가 막힐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포레스너 리서치의 브라이언 웡 애널리스트는 "왓츠앱이 간단한 메시지 기능에 집중하는 전략은 취약하다"라며 "만약 페이스북이 새로운 서비스를 왓츠앱에 제공하지 않는다면 단기간에 게임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