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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한국판 인스타그램 '커빙'

  • 2013.12.19(목) 16:54

온라인에 흩어진 개인정보 한번에 수집
해외서 관련서비스 부각..빅데이터로 활용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에 이어 페이스북, 트위터에 이르기까지 인맥구축서비스(SNS)를 이용해 본 사용자라면 누구나 고민해봤을 법한 일이 있다. 오랜 기간 SNS에 쌓아 놓은 수많은 사진과 글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디지털 추억들을 버리자니 아깝고 그냥 놔두자니 불안하다.

 

온라인에 흩어져 있는 나의 기록들을 한곳에 모아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저장할 수 있다면 어떨까.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디스라이프나 소셜세이프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실제로 이러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구글플러스 등 수많은 SNS에 퍼진 이용자 콘텐츠를 온라인 저장소나 PC 등에 보관해 주는 것이다.

 

◇클릭 몇번에 싸이월드 사진 수집·저장

 

국내 스타트업 기업 내일비도 SNS 콘텐츠를 수집해주는 '커빙'이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커빙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페이스북, 트위터에 있는 이용자의 사진이나 글을 자동으로 수집해 보관할 수 있게 한다. 싸이월드에 축적해 놓은 수많은 자료를 클릭 몇번에 긁어모아 다른 SNS로 옮길 수도 있다. 일종의 '디지털 콘텐츠 포장이사' 서비스다.  

내일비는 콘텐츠 수집이나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특허로 갖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 받아 지난해에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투자와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받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올해 초에는 포스코의 벤처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벤처파트너스로부터 엔젤 투자를 받기도 했다. 지난 10일에는 이스라엘 글로벌 영상제작 기업 아이두무와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고 향후 조인트벤처 설립까지 염두에 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 임준원 내일비 대표.


아직 커빙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조만간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SNS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밀려 줄줄이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어서다. KTH의 '푸딩 투'와 다음 '요즘', SK컴즈 '씨로그' 등 단문형 SNS가 모두 접었으며 얼마 전에는 네이버 미투데이가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한때 국내 SNS 시장을 장악했던 싸이월드도 현재 SK컴즈로부터 홀로서기를 추진하는 등 불안한 상황이다. 이용자들이 온라인 상의 보금자리를 옮기는 횟수가 차츰 늘어갈 수 밖에 없다. 

 

커빙은 원래 정식 서비스 초기인 지난 8월만해도 싸이월드 이용자 콘텐츠를 수집했으나 계약이 만료되면서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SK컴즈의 최대주주로서 SK그룹의 통합계정 `원 아이디(One ID)'를 운영하는 SK플래닛과 계약이 끝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후로는 SK컴즈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한동안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커빙의 사진 수집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SK컴즈가 한번에 사용자들이 몰릴 경우 트래픽에 과부하가 걸릴 것을 우려해 계약에 신중했던 탓이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커빙을 통한 싸이월드 사진 수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임준원 내일비 대표는 "SK컴즈와 최근 재계약을 맺고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내년부터는 서비스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싸이월드는 지난 10년간 국내 SNS 시장을 이끌어왔고 현재 회원수도 2700만명에 달하기 때문에 커빙 서비스 재개 자체가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커빙의 주요 서비스.

 

 

◇ 데이터 처리기술 기반, B2B로 사업 확대 

 

커빙처럼 이용자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는 해외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사진공유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텀블러'가  대표적이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텀블러는 블로그 콘텐츠를 각각 공유하는 서비스로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렸다. 결국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이 10억달러(한화 1조원)에, 텀블러는 야후가 11억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임 대표는 사진 같은 대용량 콘텐츠를 처리한다는 점에서 인스타그램 및 텀블러 서비스가 커빙과 본질이 비슷하다고 소개했다. 다만 커빙은 SNS 자체 보다 데이터 수집이나 저장·관리가 주력인 점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커빙은 사진과 텍스트만 다루고 있지만 앞으로는 PDF나 워드 문서 파일 등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상의 데이터 뿐만 아니라 PC에 있는 개인정보도 취급할 예정이다. SNS 외에 포털 블로그로 외연을 넓힐 방침이다.

 

자료를 수집 저장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쇄물 등으로 가공하는 부가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SNS에 모여있는 데이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에 올려놓은 특정 시점의 사진들을 따로 모아 개인 사진첩을 만들 수도 있다. 임 대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러한 서비스가 이미 시작 단계에 있다.

 

이처럼 데이터를 가공하기 위해서는 수집 단계부터 고품질의 대용량 자료를 끌어와야 한다. 보통 싸이월드 등 SNS에서는 이용자가 올린 사진을 다양한 크기의 버전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최고 최대 품질의 데이터를 가져와야 가공할 때 편하다고 한다. 커빙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원본을 다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용량의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서버가 필요한데 협력사인 MS가 서버 관리비 일부를 지원한다고 한다.

 

커빙의 수익 모델은 크게 이용자 데이터 사용료와 기업고객(B2B)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커빙은 일반 이용자에게 0.3기가바이트(GB) 이상의 저장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보다 더 많은 용량을 원하는 이용자에게는 유료로 대용량 업로드와 고급 검색 기능 등 부가서비스를 지원한다. 이용자 가운데 1%만이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로 전환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익 모델은 클라우드 서비스 '드롭박스'와 비슷하다.

 

커빙은 일반 이용자 뿐만 아니라 B2B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미 CJ E&M 등 기업들로부터 수주를 받아 맞춤형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커빙은 빅데이터와 검색 기술도 갖추고 있어 기업 고객의 관심도 높다고 한다. SNS 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기업이 원하는 정보 제공이나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커빙은 개발 기간이 1년 정도 걸릴 정도로 공을 들인 서비스"라며 "회사 규모가 커지고 성장하면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도 계획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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