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다. PDP TV가 대세냐 LCD TV가 대세냐를 따지던 10여년전 만해도 'PDP·LCD' 라고 기사쓰면 "기자만 알고 독자는 잘모르는 영어표현을 쓰면 안돼"라고 핀잔듣기 일쑤였다. 그래서 고쳐 쓴 표현이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다. 지금은 이 같은 한글표현이 더 우습게 느껴진다. OTT(Over The Top)도 마찬가지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생소해 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TV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시청하는 다양한 방법이 등장하면서 보편화 되는 모양새다. OTT란 무엇인지, 우리생활에 어디까지 다가왔는지, 향후 변화상은 무엇인지 살펴봤다.[편집자]
1990년대 직장인의 퇴근길을 제촉시켰던 드라마가 있다. 1991년 사랑이 뭐길래(시청률 64.9%), 1995년 모래시계(64.5%), 1996년 젊은이의 양지(62.7%), 1996년 첫사랑(65.8%)이 대표작이다. 물론 당시 시청률 조사가 서울시민 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도 있지만, 시청률 60%대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시청률을 끌어 올렸던 주요인은 무엇일까. 본방송을 못보면 재방송까지 일주일 이상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 직장에 출근하면 동료들끼리 모여 어제 방영됐던 드라마 시청평을 얘기하는데, 일주일이란 공백은 극복하기 어렵다. 특히 모든 드라마는 TV를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했다. 드라마를 보려면 본방송 시간대 TV 앞에 앉아 있어야만 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본방송을 못보더라도 주문형비디오(VOD)로 즉시 시청이 가능하다. TV가 아니어도 유무선 인터넷만 연결되면 지상파방송 일부를 제외하고 TV에서 하는 대부분의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OTT란 무엇일까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OTT(Over The Top) 서비스란 초기엔 제3의 독립사업자들이 TV 셋톱박스와 같은 단말기를 통해 영화·TV프로그램 등 프리미엄 콘텐츠를 VOD 방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칭했다. 미국의 넷플릭스(Netflix)가 대표적이다. 넷플렉스는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사업자에서 온라인 DVD 대여사업을 하다가, LG전자와 함께 자체적으로 개발한 셋톱박스를 통해 TV 기반 온라인 영화서비스와 PC 기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OTT서비스 사업자로 변신했다.
이후 OTT의 의미는 인터넷 기술변화에 따라 콘텐츠 유통이 모바일까지 포함하면서 확대됐다. 대상사업자는 제3의 독립사업자들에서 콘텐츠를 보유한 방송사업자, 플랫폼을 가진 인터넷·통신사업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국내에선 이동통신 3사의 모바일IPTV, CJ헬로비전의 티빙, 현대HCN·판도라TV 합작의 에브리온TV 등이 대표적이다. 구글 크롬캐스트, 애플TV, 유투브, 아프리카TV, 판도라TV 등도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많이 활용된다.
▲ 글로벌 주요 OTT 기반 TV 플랫폼 기기 [자료=KT경제경영연구소] |
이들에 의한 OTT 서비스가 성장세를 보이자 유료방송 가입을 중단하거나 유료방송 상품중 프리미엄 채널을 줄이고 저가의 패키지만 구매하는 가입자가 늘었다. 결국 이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 방송사업자들도 OTT 시장에 뛰어들면서 미국에선 지상파방송사 중심의 OTT 사업자 훌루(Hulu.com)가, 우리나라에선 푹(Pooq·지상파콘텐츠연합플랫폼)이 만들어졌다.
또 인터넷을 통한 유튜브의 동영상 서비스에 자극받은 애플, 아마존 등 인터넷사업자들도 스트리밍을 통한 동영상서비스에 가세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서비스인 OTT 서비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게 됐다.
◇국민 절반이상 OTT 이용자
▲CJ헬로비전 OTT기기 티빙스틱 [자료=CJ헬로비전 유투브동영상]
직장인 송혜영(39·가명)씨는 2년전 출산을 앞두고 기존에 시청했던 케이블TV와 IPTV 등 유료방송을 모두 끊었다. 아이에게 미칠 TV 영향력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선 어른도 TV 시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오로지 아파트단지 내 직접수신기를 통해 지상파 채널만 시청하기로 했다. 그러길 1년여가 지날 무렵, 지상파방송 직접 수신 상태가 안좋아 화질이 최악인 상태를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됐다. 하루에 한 시간 뉴스라도 볼 때엔 눈에 피로도가 급증했다.
그는 결국 CJ헬로비전 티빙스틱을 구입했다. HDMI 형태의 동글을 TV 단자에 꽂고 집에 무선공유기로 인터넷 연결만 시켜주면, 실시간TV는 물론이고 영화·방송 VOD까지 시청이 가능하다. 일부 유료 VOD를 제외하면 유료방송 처럼 매월 일정금액씩 비용을 지불할 필요도 없다. 현재는 지상파방송사가 경쟁관계로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지만, 종합편성채널과 CJ E&M계열 채널만 시청해도 아쉬울게 없다는 평가다. 특히 TV는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 PC까지도 N스크린이 가능하다.
이처럼 전통적인 TV 시청방법에서 벗어난 OTT 가입자가 늘고 있다. 미디어리서치 AGB닐슨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TV 수신기를 통한 시청률 합계는 2008년 30%를 넘었으나, 2013년 3분기 27%로 떨어지면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타고 있다. 반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자료를 보면 TV가 아닌 N스크린 이용자 비중은 2011년 29.8%에서 2012년 53.1%로 급증했다. 이 추세는 이후 스마트폰 이용률이 늘면서 더 확연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컨설팅그룹 PWC는 2014년 기준 글로벌 OTT 서비스 시장 매출액이 156억5145만달러(약 17조2000억원)에 달하며, 2018년에는 326억9963만달러(약 36조원)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