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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우리집 거실에 나타난 큐레이터

  • 2017.10.24(화) 16:47

사용자 TV시청패턴 분석…맞춤형 콘텐츠 추천
필수기능 됐지만 특정 콘텐츠 편식문제 우려도

 

"조금씩 당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언뜻 보면 소개팅 장소에서 나올법한 말 같지만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왓챠플레이 가입시 나오는 멘트입니다. 왓챠플레이에 가입하면 하나의 관문을 거쳐야 하는 데 바로 내가 어떤 유형의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별점을 매겨야 합니다. 별점을 매긴 콘텐츠가 많을수록 왓챠플레이는 제 취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별점평가항목이 33개를 넘어가면 멘트 하나가 뜹니다. "더 하시게요? 추천 받는 거 제대로 받으시려고 하는구나". 마치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방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열심히 홍보하는 모습입니다.

24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사용자의 시청패턴에 따라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가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CJ헬로비전은 다음달 1일 TV기반 OTT서비스 '뷰잉(Viewing)'을 공식 출시합니다.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기반의 머신러닝(추론학습)을 적용해 개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션 기능이 적용됐습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사용자의 선호도를 정확히 맞춘 콘텐츠 추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KT스카이라이프도 지난 9월 OTT서비스 '텔레비(TELEBEE)'를 출시했죠. 텔레비도 사용자의 시청패턴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유튜브, 왓챠플레이, 네이버 V라이브, 페이스북 등에서 서비스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 OTT서비스 넷플릭스 써보신 분들은 잘 아실 텐데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왓챠플레이가 제공하는 큐레이션 기능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매출 69억달러(한화 약 7조7800억원) 중에 큐레이션 서비스로 인한 매출이 10억달러(한화 약 1조1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매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죠.

큐레이션 기능은 콘텐츠가 넘쳐나는 빅데이터 시대에 매우 중요한 기능입니다. 쏟아지는 콘텐츠 사이에서 어떤 콘텐츠가 내게 필요한 것인지를 바로 제시해 주니까요. 또 큐레이션은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의 역할은 얼마나 편리하게 내가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사용자 관심뉴스를 추천해주는 뉴스 큐레이션, 추천기반 상거래인 큐레이션 커머스 등 큐레이션이 붙는 영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죠.


하지만 큐레이션 서비스가 마냥 좋다고 볼 순 없습니다. 자칫하면 콘텐츠 편식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큐레이션 기능이 강화될수록 자신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찾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국내 OTT서비스인 '푹tv' 사이트에 들어가면 '인기 방송VOD'코너가 있습니다. 푹tv가 서비스하는 드라마·예능·시사교양·스포츠·키즈·애니메이션·해외다큐 등에서 최근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프로그램을 순서대로 정리해놨는데요. 첫 페이지에만 30개의 인기 방송VOD목록이 있는데 2개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28개 모두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예능이 유해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사교양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사용자들이 소비하는 비중 자체가 확연히 한쪽으로 쏠려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죠.

또 푹tv에 로그인을 하면 내가 본 프로그램이 가장 위에 뜹니다. 보던 프로그램만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죠. 왓챠플레이는 가입 당시 받았던 사용자의 콘텐츠 선호도를 바탕으로 더 정교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면 '사용자님의 예상별점이 정말 높은 작품', '재미있게 본 '귀여운 여인'과 비슷한 작품' 등 보다 섬세하게 취향을 반영해 사용자를 큐레이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죠.


콘텐츠 홍수 시대에 큐레이션 서비스가 주는 편리함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콘텐츠 편식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우려 또한 배제할 수 없겠죠. 사용자가 보지 않은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콘텐츠 전문가가 설계한 큐레이션 서비스 등 콘텐츠 편식을 막을 수 있는 기능 강화가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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