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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치킨값 논란에 배달앱 발끈한 사연

  • 2017.03.16(목) 18:05

BBQ 수수료 탓하자 업계 1위 배달의민족 항의
깊은 트라우마, 중기단체와 '한바탕'…선제 대응

'BBQ 치킨'으로 유명한 제너시스비비큐(이하 BBQ)가 치킨 가격 인상 계획을 번복하면서 말이 많습니다.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을 틈타 가격을 올리려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꼼수'도 그렇지만 늑장대응과 무능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재앙을 키운 정부가 '물가 안정'을 내걸며 기업의 팔을 비트는 것도 눈꼴 사나운 광경이지요.

 

이 와중에 시선을 잡아 끄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배달의민족'이란 배달앱으로 알려진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15일 BBQ에 난데없이 항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BBQ가 치킨 가격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배달앱 수수료'를 언급한 것을 문제 삼았는데요. 

 

 

내용을 보면 배달의민족은 BBQ가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배달앱 수수료를 거론했다고 지적합니다. 아울러 이를 다수 언론 매체가 받아썼다며 구체적 보도 인용 사례까지 소개하는데요.

 

배달의민족 측은 정작 자사는 아무런 수수료를 받지 않는데 BBQ가 이를 언급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됐다고 밝힙니다. 영업에 큰 피해를 보게됐다며 '강한 유감'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BBQ가 수수료를 언급하면서 콕 집어 어떤 업체인지를 거론하지 않고 '배달앱'이라고 통칭한 것 때문에 '업계 1위'인 자사가 애꿎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BBQ에 사실관계 확인 및 기존 언론 보도 내용을 바로잡아 달라고 강력한 어조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BBQ가 수수료를 언급하면서 굳이 특정 브랜드나 업체명을 밝힐 필요까지 없으니까요. 또 배달앱 가운데 '요기요'와 '배달통' 등 다른 곳들은 실제로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BBQ가 틀린 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

 

배달의민족 측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 한데요. 회사 얘기를 들어보면 유난하다 싶을 정도로 행동하는 남다른 사연이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1년에 설립한 스타트업 기업입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쉽게 음식을 고르고 주문하는 배달앱을 만들어 음식점 전단지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데요.

 

국내 배달앱 시장 초기(2013~2014년)만 해도 100여곳이 넘는 업체가 등장했으나 2015년 들어 배달의민족을 포함한 3개 대형 브랜드(요기요·배달통)만 살아남고 싹 정리됐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방문자나 주문자 수 등으로 따져봤을 때 업계 1위로 꼽힙니다. 이러다보니 예상치 못한 사회적 이슈에 휘말리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배달앱의 1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 때문에 영세한 중국집, 피자집, 치킨집 업주의 부담이 크다는 비난 여론이 불같이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자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5년 8월부터 기존 5.5~9%에 달했던 수수료를 아예 안받기로 했습니다. 이 회사 2014년 연간 매출 291억원 가운데 결제 수수료 매출이 30% 가량을 차지합니다. 9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매출을 과감히 포기한 것입니다. 이제 막 도약하려는 스타트업 기업이 성장의 발판을 스스로 치운 것이나 다름없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인데요.

 

이 때문인지 우아한형제들은 수수료 문제에 대해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 말에는 중소기업중앙회를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등의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중기중앙회가 200개 배달앱 이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애로사항 실태를 조사했는데, '배달앱으로부터 불공정 거래 행위를 겪었다'는 답변 자료를 배포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사실 관계가 맞지 않다며 즉각 반발했는데요. 이번 BBQ에 대한 항의 공문을 발송한 것도 같은 차원입니다.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는 치킨 가격 인상 논란에 괜히 휘말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선제적 대응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과거 수수료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크게 휘둘리면서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업적 타격을 받았던 기억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5년에 24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291억원)보다 70% 증가한 495억원에 달했으나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광고선전비 160억원) 등으로 영업손실은 전년(-150억원)보다 거의 두배나 늘었습니다.

 

아직 재무적 성과가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것입니다. 자칫 외부 이슈로 멈칫하다가 우아한형제들 같이 자본력이 없는 스타트업은 그대로 주저 앉을 수 있는데요. 이 회사가 수수료에 대해 몸서리를 칠 만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어느 정도 수긍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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