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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주권 전쟁]②자국검색 지키는 나라, 고작 셋

  • 2017.12.22(금) 14:48

한국·중국·러시아 빼고 구글에 점령
국내서도 꾸준히 확대, 네이버 추격

 

구글이 지배하는 글로벌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자국 검색엔진이 의미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 겨우 3곳에 불과하다.

중국에선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있고, 러시아 또한 공공기관의 외국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하는 사정을 고려하면 별다른 정부 조력 없이 한국 검색 시장을 지배하는 네이버가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에 해당한다.

 

하지만 네이버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글로벌 영향력을 기반으로 자사 인터넷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선(先)탑재해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 구글 검색 글로벌 점유율 '압도적'


21일 아일랜드의 시장조사 업체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11월 현재 전세계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 1위는 구글이다. 그것도 92.06%로 압도적인 지위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 2.76%, '야후' 1.73%, 중국 '바이두' 1.64%, 러시아 '얀덱스 RU' 0.5% 순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회사가 6~9위에 포진했고, 한국의 네이버는 0.16%로 10위, 다음(Daum)은 0.04%로 17위다.

세계 대부분 국가에선 구글이 1위인데 2~3위의 빙, 야후 등 미국산을 제외하면 중국, 러시아, 한국 정도의 국가에서만 자국 검색 업체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은 자국 검색엔진인 바이두가 80.64%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구글은 1.91%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 정부가 검색 엔진과 인터넷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구글뿐만 아니라 유튜브, 페이스북 접속을 차단한 덕분이다.  

 

 

◇ 중국·러시아 검색 엔진이 강한 배경은…

 

정치적 이유도 있지만 경제적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 검색은 정보에 접근하는 대표적 창구가 되면서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작년에 인터넷 사용자가 7억명을 돌파했다. 모바일 검색 사용자 수는 5억2400만명(중국인터넷정보센터 통계)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러시아의 경우 자국산 '얀덱스 RU'가 51.28%의 시장점유율로 구글(44.69%)을 가까스로 따돌리고 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항공우주산업을 통해 시스템 운용 경험이 쌓이면서 이같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유명하다. 자국 인터넷 서비스를 선호하는 특성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중국과 유사하게 자국 소프트웨어, 인터넷 산업을 적극 지원하는 정부의 영향력도 작용했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는 자국산 소프트웨어 보호와 개발을 위해 작년 1월1일부터 러시아 공공기관의 외국산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했다. 급성장하는 검색 관련 시장을 외국 사업자에 넘겨주지 않으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러시아는 지난 2009년과 2014년 대규모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비용 절감을 추진한 자국 기업들이 온라인 마케팅에 주목하면서 검색엔진 마케팅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코트라 모스크바 무역관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의 방침과 관련 "향후 러시아 소프트웨어, 인터넷 산업은 빠른 속도로 활성화되고 발전돼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외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과 활동은 제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은 무사할까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선 토종 검색엔진이 강세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이버의 PC 검색 점유율은 지난달(11월) 74.2%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는 다음(14.4%)이며 구글은 3위(8.4%)에 머물렀다.

 

네이버는 10년 이상 국내 검색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글의 점유율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어서다. 2009년 11월 기준 불과 2.2%에 그쳤던 구글은 6년만에 두자릿수에 육박한 점유율로 확대됐다.

 

특히 모바일의 경우 구글은 이미 다음을 따라잡았으며 네이버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코리안클릭이 모바일 검색 점유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2012년 3월부터 이런 상황이 확인됐다. 

 

당시 네이버 점유율은 72.7%였고, 다음은 11.4%였는데, 구글은 14.8%로 떠오르며 2위 사업자가 됐다. 작년 7월부터 코리안클릭이 모바일 검색 점유율 통계를 내지 않고 있으나, 현재도 구글이 2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국내 영향력 확대하는 구글…'불공정 거래' 비판도

 

구글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회사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에 구글, 크롬, 지메일, 유튜브 등 자사 앱을 선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사면 이런 앱이 기본 탑재돼 있는데다 지울 수도 없다.

 

특히 구글은 국내 스마트폰 OS 점유율이 80%에 달하고, 국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 OS를 쓰고 있어 국내 영향력이 커지기 쉬운 구조다.

 

2011년 네이버와 다음이 구글의 앱 선탑재 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시작된 논란도 끝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구글의 이런 행위가 불공정한 방식이라는 국내 업계의 오랜 주장에 대해 조사는 하고 있으나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 7월부터 필수적이지 않은 앱 삭제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필수적이지 않은 앱'과 '부당하게'라는 조건은 구글이 주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다른 나라에선 강력했던 자국 검색엔진이 구글에 밀린 사례도 있어 국내 업계의 위기감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체코의 경우 자국 검색엔진 '세즈남'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구글에 역전당한 바 있다. 현재 체코의 구글 검색 점유율은 81.37%에 달하는데, 세즈남은 13.57%에 그친다. 2009년 11월만 해도 구글(49.96%)과 세즈남(49.38%)은 엇비슷한 점유율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검색 서비스를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는 해당 국가의 자원이자 산업 경쟁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관심과 보호는 더욱 심도있고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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